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당신을 위한 것은 아닌〉 : 낙진이 걷히기까지는 견디는 힘이 필요하오

By 정소희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엿보려 하면 돌처럼 굳어버리게 만든다. 

자살사별자들의 정서적 지지와 회복을 돕기 위한 자조모임에서 만난 은우, 승우, 윤영의 여정을 그린 〈당신을 위한 것은 아닌〉은 관객에게 그런 영향을 미치는 로드무비다. 극 중 연출자인 은우의 자전적 제작 과정, 결혼을 앞둔 승우의 담담한 다크 투어, 독립을 앞둔 윤영의 이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 않고 서로의 공간을 채워나가는 중, 극중 인물들도 관객도 또 다른 시간의 밧줄에 포박된 듯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긴박함이나 활기를 강조하지 않고 관객에게 기이한 막을 씌운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동작은 때로는 엄격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호흡을 유지하고, 자조모임 장면은 극(劇) 중 연출된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연극과 결합된 다큐멘터리 같은 질감을 보여준다. 심지어 오프닝 크레딧은 대상을 달리하여 두 번 오른다. 주인공들의 심리적 변화나 사건의 종료가 있을 때 울리는 알람 같은 하프시코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음과 반향을 제외하곤 진공에 가까워 청각적으로 호들갑스럽지 않으면서도 저들의 흐름에 따라야만 한다는 규칙을 익히게 하려는 것 같다. 이를테면 〈당신을 위한 것은 아닌〉에서 시간은 시간이다. 돈이나 기회비용으로 가치가 매겨지지 않고 경험이나 감정에 따라 짧거나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로지 시곗바늘의 움직임에 의해서만 단위가 측정되는. 이 모든 요소의 기이함과 괴리를 들이마시고 내쉬며 세 명의 주연은 담담하게 이 여정을 밟아 나간다. 영화에 깊이 뿌리를 박은 당사자성에 깊이 감응하거나 당혹스러워하게 되는 것은 ‘당신’들이지, 은우 승우 윤영이므로. 우리는 그저 개입하거나 판단하지 말고 그저 이들을 지켜봐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영화에서도, 어쩌면 실제 삶에서도 그렇게 해달라는 당부.

 

 

자조모임에서, 유서를 쓴다. 경험과 감정을 공유한다. 일상의 순간에 동행한다. 〈당신을 위한 것은 아닌〉은 자신의 감정에서, 몸에서, 생존본능과 필요에서 소외됐다가 다시 일어서려는 사람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이 내밀한 순간을 모조리 증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본능적 꿈틀거림이나 재건의 눈물 같은 드라마도 없다. 오로지 그들에게 각자 ‘빛’이 찾아오는 순간, 곁에 머물지 않았다면 단서를 알아차리기 힘든 순간을 보여줄 뿐이다. 가장 정서적인 애착이 드러나는 장면의 은우 어머니는 실제 신동민 감독의 어머니가 연기했다. 그에게 쏟아진 따스하고 회화적인 조명과 느리고 애틋한 카메라 움직임은… 나라는 개인은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의 감정이 담겨 일렁이고 나와 맞닿던 ‘몸’, 이제 사라지고 없는 대상에 관한 애수를 스크린에 한 방울 툭 떨어뜨린다. 내가 듣거나 읽지 못해 사무친 속마음이나 편지가 없어도 충분하다.

 

 

마지막 내레이션에서 관객에게 너무 쉽게 주어졌다는 인상과 이 방법이 아니고선 알 수 없다는 미묘한 타협이 감지된다. ‘현실에서 상실을 겪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 수 없다’는 말에 또 다른 이가 ‘어떻게 당신이 그 사람의 행동을 단정할 수 있냐’고 반문한다. 분명 우리네 삶엔 준비할 틈도 없이 갑작스러운 유성 같은 일이 들이닥친다. 충돌 후 낙진이 걷히기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이해하려 하지도 말고 일단 느껴보라고 권하는 이 영화가 모든 관객에게 성능 좋은 조명은 아닐 것 같다. 다만 버거운 순간을 사는 기분은 느끼게 해줄 것이다. 불편한 자리를 견디는 힘 또한 드문 자질이므로.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네스프레소
한맥
네이버
CGV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트립닷컴
아이앱 스튜디오
두산트리븐센텀
팔라티움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