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극장에 두고 온 것들> : 오늘 이 순간도 영화가 될까요?

By 고명수

  2020년, 코로나가 유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극장에 가지 못했고, 영화의 개봉 연기와 폐관이 잇따랐다. 어언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여파는 정도를 달리할 뿐 여전하다. 그사이 많은 이들이 물었다. 무엇때문에 사람들이 더이상 영화관을 찾지 않는가? 영화는 끝났는가? 영화란 무엇인가?

 

  나에게 <극장에 두고 온 것들>은 이런 질문의 연장선상에서 받아들여졌다. 영화의 위기에 대한 진단은 다양하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오디세이>처럼 관객에게 영화적 스펙터클을 선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점점 도전을 꺼려하는 영화 산업 구조의 획일성과 경직성을 문제로 지적하며 중소규모 영화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모두 일견 곱씹어 볼 만한 지적이다. 다만 어느 길을 가든 문제의 의식과 해결책은 큰틀에서 동일하다. 현재가 문제라는 것 그리고 한시바삐 이 문제를 해결하고 흥행이라는 본 궤도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논의의 공통된 도식이다.

 

  <극장에 두고 온 것들>은 앞서 언급한 다수의 진단과 관련하여 비슷하면서도 다른 길을 걷는다. 위기의 징후는 동일하게 포착된다. 영화는 극장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직접적으로 전한다. 여기에 주인공 도경(기도영)을 중심으로 영화 일을 하던 대학교 동창의 부고 소식과 그녀의 유작을 도통 찾을 수 없다는 서사적 전개는 이런 위기의 징후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한다. 다만 <극장에 두고 온 것들>이 되찾고자 하는 것은 관객수 등으로 대변되는 찬란했던 한국 영화의 위상이 아니다. 도경은 동창의 유작을 수소문하면서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단편 영화를 찍기 시작한다. 그녀의 단편 영화에 담기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대학시절 쓰던 캠코더에 그녀 주위의 현재 모습을 담는다. 촬영에 나서는 대학교 후배들의 뒷모습, 화분을 가꾸고 찌개를 끌이며 일상을 영위하는 어머니의 모습, 친구 가게에서 종이접기를 하는 친구 딸의 모습 등이 그것이다. 결국 <극장에 두고 온 것들>이 생각하는 영화란 어떤 거창한 것, 테크적인 것이 아니다. 영화는 일상 그 자체에서 길어올려지는 것이고, <극장에 두고 온 것들>은 영화가 점차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문제가 되어가면서 영화로부터 점차 경시되는 그 일상성의 소멸을 염려한다.

 

  <극장에 두고 온 것들>이 보기에 이 일상이라고 하는 것은 카메라, 스크린, 영화와 외따로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 영화는 일상을 다시 찾으려 하면서, 일상과 영화의 경계를 뒤흔드는 재밌는 시도를 한다. 영화는 캠코더 안팎의 이야기를 동일한 화면비로 다룬다. 시간적으로도 영화 초반부 에 등장하는 캠코더 속 영상은 과거의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캠코더 속에는 도경과 그 주위의 현재 모습이 담긴다. 영화는 극적 서사를 전개시킴에 있어 액자식 구성과 비슷한 형식을 취하지만, 그 형태는 곧 형해화된다. 이렇게 영화와 현실, 과거와 미래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경험 끝에서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내가 지금 영화를 보고 있는 이 순간도 영화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영화의 일상을 되찾는 일은 이 낭만 어린 기대를 지키는 일에서부터 시작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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