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 비전
<모종의 탐정>은 꽤 오랫동안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해주가 집에서 나와 여러 사람을 만나는 하루를 그린다. 그 만남 속에서 해주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에 이면이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의 기억과 추억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왜곡된 것일까. 과연 해주는 진정한 하나의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영화는 해주와 여러 증인을 두고 해주와 관객이 진술의 진위를 살펴보고 여러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게 한다. 해주는 첫 책의 편집자이자 후배를 만나고, 전 시어머니와 전남편을 만난다. 선배와 현 남자친구의 아들도 만난다. 사람들과의 만남과 진술은 교차하며 미궁 속 하나의 진실로 향해간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탐정이 되어 사실과 허구를 밝혀내며 사건의 실마리를 얻어간다. 세월 속에 또는 의지로 흐려진 기억 속에 진실의 행방은 어디일까. 한때 가까웠다가 멀어진 옛 가족과 지인, 그리고 의도치 않은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으로 사람들의 선의와 배려 그리고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다. 엇갈리는 진술 속에서 퍼즐을 맞추지만 예상은 빗겨 나가고, 새로운 단서로 기존 추측은 수정된다. 우리가 찾아내고 확신한 전말은 정말 진실일까.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기억의 왜곡이 뒤섞이고, 영화는 그것을 매우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또한 영화는 책과 연극 등 다른 물성을 가져와 그 감각적 경험을 영화의 일부로 편입하며 기억의 층위를 재구성한다. 우리에게 생경하지 않은 경험과 감각은 인물들을 통해 재현되고 새로이 제공된 정보로 생경한 감각으로 거듭난다. 찰나의 기억과 긴 여운, 다른 물성 설령 같은 물성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른 경험과 여운을 남겼다. 관객은 흑백화면 속 현실을 살아가는 해주의 여정을 따르며 인물 개인에 머물렀던 시선을 점점 사람들이 한 사건에 느끼는 다른 감각과 기억, 인상으로 옮겨 나간다. 몇 차례 등장하는 컬러는 기억과 진술에 입체감을 주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각 매체의 현실성, 재현성은 결합하거나 독립하여 서사를 구성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과장이나 무리함이 없이 받아들여진다.
영화는 해주의 하루에 관객을 초대해 흥미를 돋우고 극이 끝날 때까지 이를 유지하여 나름의 진실을 찾게 한다. 인물들은 대화를 통해 오해하고 오해를 풀며 화해하고 또 다른 인연을 인식하고 이해를 시도한다.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처럼 이어져 있는 인연, 오인과 기억의 모호함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중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려낸다. 관객은 영화가 끝났을 때 기억의 다층성 그리고 컬러사진처럼 선명하지는 않지만, 흑백사진처럼 어딘가 정감 있고 의지가 되는 인연과 우연이 가져다준 새로운 인연, 추억, 기억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