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당신을 위한 것은 아닌> : 수취인 불명

By 유주하

   보통 유서는 남겨진 사람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로 여겨진다. 떠나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글로 남기고, 남겨진 사람은 그 글을 통해 떠난 이의 죽음에 다가가려 한다. 그러나 <당신을 위한 것은 아닌>은 부재한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시선을 둔다. 영화는 자살 유가족 모임에서 만난 이들의 시간을 따라가며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을 보여준다. 떠나간 사람이 있었기에 만나게 된 사람들. 영화는 그들의 관계와 시간을 오래 지켜보며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우리의 마지막 편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글일까.

 

영화 속 인물들은 각기 다른 상실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영화는 그 상실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순간에 머문다. 승우의 아버지를 뿌렸던 한탄강에 함께 가고, 윤영의 이사를 돕는다. 죽음은 이들을 만나게 한 계기일 뿐, 이들의 삶을 규정하지 않는다. 영화는 상실보다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관계와 일상에 주목한다. 떠난 사람의 빈자리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인물들은 그 부재를 안고 현재를 살아간다. 그래서 영화는 치유나 극복을 쉽게 말하지 않는다. 누구도 상대의 아픔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지 않고, 영화 역시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답할 수 없는 질문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에 가까이 다가간다. 중요한 것은 죽음의 이유를 밝혀내는 일이 아니라, 그 이유를 끝내 알 수 없더라도 삶을 이어가는 일이다.

 

이러한 시선은 영화 마지막에 공개되는 은우의 유서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그녀는 자신을 금이 간 채 살아온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틈을 채워준 사랑에 감사를 전한다. 여기서 사랑은 상처를 없애는 힘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는 힘이다. 그래서 은우의 유서는 죽음을 설명하는 글이라기보다 자신을 지나온 관계와 시간을 돌아보는 글로 읽힌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만 써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그 사과는 역설적으로 유서가 누구를 향해야 하는지 다시 묻게 만든다.

 

그렇다면 그녀의 유서는 누구를 향하고 있을까. 분명 그 글은 자신에게 사랑을 건네준 사람들을 향한다. 그러나 동시에 은우 자신에게도 닿는다. 사랑받았던 순간을 기억하고, 상처 입은 채 살아온 시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타인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래서 영화는 유서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유서를 남겨진 사람을 위한 마지막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은우의 글은 타인을 향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향한다. 수취인은 끝내 분명해지지 않는다. 다만 그 편지가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은 자기 자신인지도 모른다. 타인에게 건네는 말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확인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난 뒤 남는 것은 죽음의 이유가 아니라, 답할 수 없는 질문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이다. 이 영화는 그 시간을 조용히 응시한다.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네스프레소
한맥
네이버
CGV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트립닷컴
아이앱 스튜디오
두산트리븐센텀
팔라티움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