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괜찮은

By 김유빈

 작년에 <미로>로 부산 국제 영화제를 찾았던 신선 감독이 3번째 장편 연출작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으로 또 한 번 비전 부문에 초청되었다. 아픈 과거가 있는 주인공 은율은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고향 거제로 내려온다. 은율은 차도에 덩그러니 있는 특정한 벤치에 앉으면 미래를 선이 아닌 점처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영화는 은율이 고향에 놀러온 옛 친구인 민정과 그의 남자친구인 지근과 엮이며 본인의 능력을 남과 공유하게 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과 오래된 악연에서 상처를 다시 마주하기도, 난생 처음 만난 배낭 여행객에게서 위로를 받기도 하며 스스로를 회복해 나가는 여정을 그린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은 로맨스 혹은 여행 영화로 분류되나 신선 감독 특유의 미스터리함이 서려있는 작품이다. 영화 내내 은유와 암시가 반복된다. 은율이 남자친구와 헤어진 것은 그가 지키지 못할 약속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허세나 허풍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그저 상황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민정에게 은율은 자신은 그런 말을 하지 않은다고 이야기한다. 미래에 대한 예측불가능성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민정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동시에 영화에서 계속해서 일어나는 일들은 은율의 말처럼 예상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다. 민정, 지근과 술자리를 가진 뒤 집에 돌아와서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의 한 구절을 읊으며 본인은 비켜서 있으니 괜찮다 이야기하지만, 어쩐 일로 바로 다음 날 그들에게 벤치에서 미래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인물들의 의상 색을 관찰하는 것도 영화를 보는 내내 꽤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거제도에서 은율, 민정 그리고 지근의 관계가 옷 색상으로 암시된다. 처음 민정과 지근이 은율을 만났을 때 그들은 커플룩처럼 보이기도 하는 비슷한 색상의 옷을 입고 있다. 그러나 술자리를 마친 다음 날, 은율과 지근이 같이 저수지까지 같은 남색 상의와 흰색 바지를 입고 내려왔을 때 민정은 흰색 바지를 입고 있지만 밝은 노란 색 티셔츠를 입고 있고 이후 민정과 지근은 다투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새벽에 벤치를 합심해서 옮기려는 순간 그들은 또 다시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있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람들 간의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유난희라는 인물도 미래를 본다. 심장마비로 사망한 배낭여행객이 은율에게 건냈던 말과 은율이 난희에게 해주는 말이 겹쳐보인다. 은율이 능력을 잃은 후에 만났기에 어쩌면 은율에게로 그 능력이 옮겨 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닮은 점이 너무 많은 두사람은 난희는 은율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은유로 비춰지기도 한다. 은율은 이전에 만난 행인처럼 난희를 위로한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자신의 어린 시절과 조우하고 껴안아주는 장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언니 저는 괜찮아요”라는 난희의 대사는 어쩌면 은율이 거제에서 이 모든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갈 준비가 되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네스프레소
한맥
네이버
CGV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트립닷컴
아이앱 스튜디오
두산트리븐센텀
팔라티움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