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BIFF SALON

리윈찬, <평범하기 위하여>

By 씨네21 - 남선우

리윈찬 | 대만 | 2026년 | 112분 | 경쟁

 

​10.12 B3 19:10 / 10.13 L10 18:10 / 10.14 L1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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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기 위하여>의 중심에는 겉보기에 무난한 4인 가족이 있다. 그들은 정상성으로부터 멀어 보이지도, 격정적인 불화를 겪는 것같지도 않아 보인다. 그러나 대학생인 장남이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를 타기 시작하면서부터 수면 아래의 문제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아버 지는 자신의 실직이 아들의 밤길 퇴근을 부추긴 듯해 괴로워하고, 어머니는 의기소침한 남편과 소통을 줄인지 오래되었으며, 막내딸은 아픈 오빠에게로 부모의 관심을 빼앗긴 가운데 사춘기를 맞이한다.

리윈찬 감독의 시선은 그 균열에 매몰되지 않는다. 죄책감에 짓눌린 교통사고 가해자가 엄청난 규모의 보상금을 전달하자 가정에는 일시적 평화가 찾아온다. 장남은 재활 과정에서 만난 치료사와 연애 감정을 키우기도 한다. 하지만 희망의 기운도 잠시, 영화는 하루아침에 가족의 회복을 방해하는 일상으로 돌아와 제목 속 바람을 상기시킨다.

그 무자비한 전개를 어쩔 수 없는 삶의 아이러니로 수긍하게 만드는 것은 신중한 촬영과 편집이다. 카메라는 내내 인물들에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고통에 확대경을 들이대거나, 스펙터클을 부여하는 걸 경계한다. 음악은 최소한으로, 미술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영화의 리얼리티를 뒷받침한다. 남몰래 지붕에 둥지를 틀었다가 홀연히 날아가는 새, 때늦은 대화가 이뤄지는 사이 쓸려나가는 낙엽들과 같은 생활밀접형 이미지가 조심스럽게 의미를 더할 뿐이다. 시련을 과장하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도 제 몫을 다한다.

<인어공주와 구두>(2005) 이후 오랜만에 부산에 돌아온 리윈찬 감독은 이처럼 책임감 있는 태도로 희비극을 완성했다. 가족 안에서 개인을 끄집어내되, 개인으로서 생동하기는 버거워하는 가족의 운명을 다룬 이 이야기가 국경을 초월한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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