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베니마나> : 용서밖엔 남은 게 없다면 그게 용서일까?

By 이인호

  용서에 대해 생각하는 밤이다. 용서해야 하는 사람도 용서받아야 하는 사람도 같이 살던 이웃이고, 심지어는 자기 혈육인 오빠고 부모다.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은 아니, 받아들이는 그것이 영화의 마지막이자 시작이다. 누군가는 죽였고, 누군가는 죽임을 당했다는 그 사실을. <베니마나>는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이후, 공동체 재판이 열리던 2012년을 배경으로 한다. 마을에 재판이 열리는 날, 온 마을 사람들이 재판장에 모이고, 사람들이 오가던 거리는 황량하다. 그 자리에서 누군가는 가해자를 지목하고, 가해자는 자신은 죄가 없다고 항변한다. 카메라는 인물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클로즈업한다.

 

  주인공인 베네란다는 마을의 여성들에 대한 심리적 치료를 맡고 있다. 한자리에 모인 여성들은 자신의 상처를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 노래를 부른다. 영화는 구슬픈 음악처럼 르완다의 슬픈 역사를 정면으로 파고든다. ‘백인이라면 치가 떨려’라고 말하는 여성들. 이 학살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미 그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그 상처를 밖으로 드러내는 그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검은 부르카를 두른 여자의 얼굴이 드러날 때 여자의 상처도 드러난다. 자기 얼굴을 드러낸 여인들의 말은 상처를 치유하는 시작이다.

 

  올해, 한 모임에서 5·18 당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해 활동을 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계엄군에 의해 벌어진 양민 학살은 꾸준히 진상이 규명되고 있지만,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규명하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은 시작된 지 불과 이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피해자들은 수치심과 정신적 후유증, 공포 등으로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드러낼 수 없었고 이제야 그 피해자들이 모여 진상 규명을 위한 단체를 꾸렸다고.

 

  용서밖에 남지 않은 사람에겐 용서는 제대로 된 용서일 수가 없다. 용서하기 위해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영화는 공동체 재판이라는 형식을 통해 진실을 향해 서서히 다가간다. 피해자가 있다면, 가해자 역시 존재한다. 그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바로 용서하기 위한 시작이다. 용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베네란다나,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베네란다의 여동생. 과연 우린 제대로 된 단죄를 통해 제대로 된 용서를 해 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여전히 광주민주화항쟁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과정에서 가해자 측에 있었던 직접 총을 쏜 누구도 단죄받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 벌어진 내란 역시 내란이라는 사법적 단죄가 벌어졌음에도 그걸 부정하는 사람들이 권력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용서는 철저한 단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용서밖에 남지 않은 사람에게 용서는 용서가 아니다.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네스프레소
한맥
네이버
CGV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트립닷컴
아이앱 스튜디오
두산트리븐센텀
팔라티움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