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화곡사> :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하는 법

By 정지현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언제 끝나는 걸까. 장례를 치르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남겨진 물건을 정리하고 나면 비로소 이별이 완성되는 걸까. 김시진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화곡사>는 망자를 배웅하는 화장터를 배경으로 가까운 이의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을 그린다.

화곡승화원을 지키던 이종갑 소장이 병으로 자리를 비우자 화장장에서 함께 일하던 이들은 저마다의 꿍꿍이를 꾸미기 시작한다. 병원에서 돌아온 이 소장은 그 속셈을 눈치채지만 알면서도 모른 척 그들과 어울리고 거짓말처럼 다음 날 아침 세상을 떠난다. 남겨진 이들은 서둘러 이 소장을 화장해 떠나보내려 하지만 그의 시신은 몇 번이고 불길에 넣어도 타지 않은 채 그대로 남는다. 덩그러니 남은 이 소장의 시신을 보여주며 <화곡사>는 지금까지 이어오던 방향을 틀어 새로운 이야기로 나아간다.

이 소장의 타지 않는 시신은 단순히 기이한 사건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죽은 이를 보내는 절차는 진행되지만 그를 둘러싼 감정과 기억은 쉽게 소멸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소장을 붙잡고 있는 것은 그의 육신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놓지 못한 미련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죽음이 비로소 끝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영화가 이 소장의 죽음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망자를 떠나보낸다는 것의 의미와 산 자가 그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소장의 죽음이 남겨진 사람들에게 저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그의 죽음은 욕심을 채울 기회이고 누군가에게는 미처 매듭짓지 못한 감정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다. 같은 죽음을 앞에 두고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이처럼 <화곡사>는 죽음이라는 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후회, 미련을 마주한다.

김시진 감독은 이러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형식으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선택했다. 실제 사물을 조금씩 움직여 촬영하고 이를 이어 붙여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스톱모션은 많은 시간과 노동이 필요하다. 거기에 인물과 배경, 사물을 이루고 있는 형태의 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제작 방식은 움직임과 정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루기에 적합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야 한다는 슬픔과 미련마저도 표정과 움직임이 거의 없는 인형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그들의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가미된 연출은 <화곡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인 화곡승화원이라는 공간부터 인물들이 입고 있는 옷, 소품, 음식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한국적인 생활 양식이 돋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인물들이 품은 감정은 특정한 문화적 배경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이다. 이렇듯 자칫 평이하게 느낄 수도 있는 이야기를 스톱모션이라는 낯선 형식으로 그린 덕분에 <화곡사>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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