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아놀드의 <짐승이 너무 많아>는 마치 눈을 가리고 질주하는 말에 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는 마을 숲길을 따라 난 도로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며 달리는 짐승들을 가장 먼저 보여준다. 짐승들의 움직임처럼 수사극으로 시작해 느닷없는 코미디가 되고, 날카로운 사회풍자는 예상치 못한 로맨스로 급격하게 방향을 튼다. 하나의 분위기에 익숙해질 무렵이면 영화는 이미 다른 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끊임없이 방향을 트는 장르처럼, 영화에는 무언가가 통제되지 못하고 넘쳐흐른다. 우선 주된 갈등이 되는 멧돼지의 수가 그러하다. 영화의 오프닝, 짐승들이 가로지르던 도로를 달리는 두 농부가 도착한 곳은 시장의 집이다. 멧돼지 떼의 출몰로 농작물에 막대한 손해를 입은 그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 지르며 가운데 손가락을 펼치고 거세게 항의한다. 이곳에서 멧돼지는 사냥꾼들에게는 이익의 대상이지만 농부들에게는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대상이다. 전쟁이 발생하기 일보 직전의 분위기가 농부와 사냥꾼들 사이를 맴돈다. 짐승들이 농작물을 파헤치듯 서로 다른 이해관계는 마을의 질서를 흔든다. 결국 파산한 농장주 브렁(쟝-루이스 콜로흐)이 이성을 잃고 지역 유지를 살해하고 사라진다. 1년이 지나도록 사건은 해결되지 않고, 코르시카 출신 경찰 풀다(알렉시 마넨티)가 아르덴에 발령받으며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멧돼지의 개체수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 역시 득실거린다. 질서를 지켜야 하는 경찰관 풀다 역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 그는 코르시카에서 여자친구에게 실연당하고, 자신을 배신한 동료를 폭행하여 아르덴으로 좌천당했다. 마음의 상처를 가득 안고 온 풀다는 발령받은 첫날부터 협조적이지 않고 삐딱하기만 하다. 그는 동료 폭행 사건으로 인해 상관의 지시에 따라 매주 심리 상담을 받는다. 풀다를 상담하는 스테판(엘라 룸프) 또한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감정 앞에서는 서툴다. 이성적이지 못한 수사관과 불안정한 심리 상담가. 감독은 인물들에게 각자의 자리를 주나 인물들은 그 자리에 적응하지 못한다. 불완전한 이들이 함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과 뒤엉킨다.
영화는 통제되지 않는 멧돼지와 인간의 감정을 나란히 보여주며 질문한다. 인간다움은 자신의 본능과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일까. 불완전함은 인간다움의 가능성이다. 누군가는 분노에 휩쓸려 타인을 해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취약함 속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가까워진다. 영화<짐승이 너무 많아>는 불완전한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소란과 어긋남 속에서 뜻밖의 인간성의 흔적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