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극장에 두고 온 것들> : 내 친구의 영화는 어디에 있는가

By 김동현

분명 본 기억은 있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영상이 있다. 흔히 '로스트 미디어'라 불리는 이런 영상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만 남아 있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 누군가의 노력으로 다시 발견되기도 한다. 영화 <극장에 두고 온 것들>은 그런 영상 한 편에서 시작한다.

 

영화평론가 도경은 영화제 모더레이터 일로 강릉을 찾았다가 우연히 선배를 만나 몇 해 전 현진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다. 도경은 대학 시절 현진이 만든 단편영화를 떠올리고, 그 영화를 상영했던 극장이라면 작품을 보존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여러 극장을 찾아 나선다.

 

극장을 오가는 동안 영화에는 대학 동아리 시절 현진과 친구들이 함께 영화를 만들던 과거의 장면들이 불쑥 끼어든다. 캠코더로 촬영한 듯한 낮은 화질의 1인칭 화면이다. 친구들이 모여 대본을 읽고, 영화를 촬영하고, 서로 부딪히던 모습이 이어진다. 이 장면들은 실제 과거의 영상이 재생되는 것이라기보다는, 현진의 영화를 찾아가는 동안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던 중 방문한 어느 극장에서는 보관해 온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여준다. 현진이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찾아왔을 때의 모습이다. 도경은 그렇게 현진과 함께했던 기억과 남아 있는 흔적들을 마주한다.

 

도경은 현진의 단편을 찾기 위해 집에 있던 오래된 상자를 열어보다가 오래전 사용했던 캠코더를 발견한다. 도경은 캠코더를 다시 손에 들고 재미 삼아 주변을 찍기 시작한다. 현진의 단편을 찾기 위해 여러 극장을 다니는 동안 관심은 점차 극장 자체로 향한다. 그중에는 이미 사라진 곳도,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사라진 사람의 기록을 찾아다니던 도경이 이제는 사라지고 있는 공간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이후 촬영은 책방 강연에 쓸 극장에 관한 짧은 에세이 영상을 만드는 일로 구체화된다. 그 과정에서 카메라에는 극장뿐 아니라 도경의 일상도 자연스럽게 함께 담긴다.

 

도경은 그렇게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 하나의 에세이로 완성하고 책방 강연에서 상영한다. 스크린에 영상의 재생 버튼이 나타나지만, 영화는 그 내용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본 것은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동안의 시간이다. 대학 시절 현진과 친구들이 영화를 만들던 과거의 장면들이 현진의 단편을 둘러싼 일종의 메이킹필름이라면, 영화 <극장에 두고 온 것들> 역시 도경의 에세이를 둘러싼 또 하나의 메이킹필름처럼 보인다.

 

도경이 찾아 나선 것은 정말 현진의 영화 한 편뿐이었을까. <극장에 두고 온 것들>에서 영화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결과물이라기보다, 그 영화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과 장소, 시간으로 다시 들어가는 하나의 입구로 작용한다. 한 편의 영화를 다시 만나는 일은 어쩌면 그 영화와 함께했던 한 시절을 다시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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