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이 영화는 94세의 노장 감독인 알랭 카발리에 감독의 비디오 다이어리다. “나는 삶을 믿는다. 나는 배열을 믿는다.”라는 감독의 나레이션과 함께 영화가 시작된다. 감독이 바라본 삶은 어떤 것일까? 처음엔 그가 배치한 장면들과 인터뷰는 모호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삶이라는 게 정말 그렇지 않는가 방향성은 있지만 정답은 없는 것처럼. 명확하지 않지만 감독의 배열을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죽음에 더 가까운 감독의 생각과 삶에 대한 회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알 수 있다.
그에게 삶은 찍는 것이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삶이라는 것은 먹고 사는 것에도 맞닿아있고, 매순간 느끼는 것과도 닿아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 영화는 먼저 감독의 일상을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 그리고 고양이와의 하루. 그리고 영화제에 가는 기차 안에서의 모습들. 장면들은 아름답지만 단순히 감상적이거나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감독도 영화를 만들고 또 사는 것에 돈이 빠질 수는 없기 때문에 영화를 유통하는데 몇프로를 수수료로 받기로 했다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수상자 명단에 올라 다시 파리로 가다가 수상자 명단에 없어서 돌아온 일을 헤프닝으로 웃어넘기는 거장의 여유를 보이기도 한다.
그의 삶들의 장면과 함께 배열되는 인터뷰들은 이러했다. 삶을 탐구하기 위하여 돈 없이 여행을 떠나는 이, 대화중 등장한 삶을 사랑해서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은 여자의 이야기, 그리고 영화를 다시 찍는 것은 이미 늦어버린 것 같다는 후회와 함께 묘기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삶 등.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해서 살고 있는 걸까?
우리는 당위성 속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 난 무언가 되어야하고 그래야하만 그 후에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여 지금 궁금하거나 생각하고 싶은 것은 잠시 미루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산다. 이렇게 마음 한구석에 삶의 원동력을 미루고, 숨기고 사는 것은 사실 슬픈 일이다. 우리는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생긴대로 살고싶은 마음이 있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 속에 속하고, 정형화 된 삶에 자신을 끼워맞추고 사는 것이 문득 서러워졌다. 감독은 어쩌면 애써 외면하던 관객들의 삶의 태도까지 고려했던 것일까?
영화 내내 그가 찍은 장면들은 조심스럽지만 과감하다. 손만 찍으며 대화를 이어나간다든지, 어느 순간 마주한 비둘기의 죽음에 오랫동안 응시하기도 한다. 어쩌면 논란이 되거나 불편할 수도 있는 장면들을 거침없이 관객들 앞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그의 오랜 필모그래피의 축적이 있기 때문일까? 그는 죽음을 직면하고 있지만 강한 생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 시선들은 그의 94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도전적이고 욕망이 느껴진다.
관객으로써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정말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삶,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는데 보는 이를 힘들게 만들지 않는 영화는 사실 흔치 않다. 어떻게 이러한 배열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영화를 만드는 일, 매 컷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결돼 아름다운 영화를 만드는 것은 매우 고된 일 일 것이다. 이것은 삶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영화’ 자체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무엇을 찍어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들과 인터뷰를 편집하는 모니터까지 조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감독의 삶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 자신이 곧 영화이며, 배치이며, 삶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것들을 믿을 수 있고, 우리는 그가 믿는 것을 믿고 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