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새> : 세상이 되었다.

By 이형용

 손현록 감독의 <새>는 주인공 예옥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등학교 교사로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오던 그녀는 학생들의 추락사를 계기로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휘말리게 된다. 이 이야기는 결국 예옥이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이며, 여기서 예옥은 혜정도 될 수 있고 규민도 될 수 있고 어쩌면 영화를 보는 관객이 될 수도 있다.

 예옥은 남편이었던 현우와 이혼하고 혼자서 아들 규민과 딸 혜정을 양육하고 있다. 예옥은 공부 잘하는 규민을 좋아하고, 혜정은 천덕꾸러기 취급하며 노골적으로 편애하는 모습을 보인다. 규민에게 직접 오답 노트를 만들어 주며,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공부에만 매진하라고 하거나 징계받게 된 혜정에 대해 다른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도 않는다. 동료가 효율적인 엑셀 사용법을 알려줘도 본인만의 방법을 고집하거나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 공부 잘하는 애들은 애초에 옥상에 올라가지도 않는다며 쏘아붙이는 모습은 스스로 만든 사고의 벽이 굳건한 사람임을 보여준다.

 한편, 추락사한 아이들은 어떤가? 영화 속 학생들은 입시를 앞두고 정해진 교육의 체계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아닌 학생에 대한 사회적 시각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 처음 추락사한 세 고등학생이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대화는 자퇴에 관한 내용이었다. 정해진 입시 체제의 교육제도에서 벗어나고자 하던 바로 그때 그들은 사라졌다.

 예옥은 아이들 죽음의 원인을 찾아 나선다. 신종 조류 질병이 있는 건지 경찰 말대로 신종 마약이 있는 건지 그 어떤 대답도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다. 관객은 예옥과 함께 미스터리를 따라간다. 그사이 추락사하는 아이들은 늘어나고, 조류 유튜버를 따라나선 여정에서 급기야 혜정마저 사라져 버린다.

 추락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던 영화는 혜정의 실종을 계기로 조금 다르게 전개된다. 죽음으로 끝나버린 다른 아이들과 달리 왜 혜정은 죽지 않고 실종된 걸까? 혜정을 찍던 카메라는 예옥에게 놀라운 화면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죽음의 순간, 항상 언급되던 새의 존재. 영화 속 미스터리의 중심에 있던 새의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영화 초반부 직접적으로 언급되던 장자의 호접지몽 이야기에서 화자는 내가 진짜 나비가 된 것 같아 놀랍고 신기하다고 한다. 사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인식만이 바뀌었을 뿐.

 영화는 말미에 이르러 미스터리를 넌지시 풀어 마무리한다. 예옥 스스로 아이들과 같은 입장이 되면서 예옥은 말한다. 나는 타인의 평가로만 살아왔던 게 아닐까? 대화는 혼잣말이 되고 모든 게 같아지고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내가 살아왔던 방식에 조금의 의문을 더한 순간 삶에 정답과 오답은 사라지고 나와 너의 경계는 사라진다. 예옥은 말한다. 나는 새가 되었다고 외계인이 되었다고 세상이 되었다고 영화는 달라진 시선에서 같은 오프닝 씬을 반복하며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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