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 : BCD

By 강동휘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사르트르의 말로 알려진 이 문장 속 C를 우리는 흔히 치킨(Chicken)으로 바꿔 부른다. 고민의 끝도, 고단한 하루의 끝도 대개 치킨이니 말이다. 지친 일상이 이어지는 박송열 감독의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에도 치킨을 먹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C 자리에 다른 단어를 넣고 싶어진다. 선택이라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고 치킨으로는 결코 채울 수 없는 것, 이 영화가 B와 D 사이에 채워 넣은 C는 무엇일까.

 

영화는 한 부부가 아이를 맞이해 첫 생일을 축하하기까지의 시간을 따라간다. 가게 문을 닫고 생계가 막막해진 태영(박송열)은 오토바이 배달에 나서고, 주미(원향라)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유튜브 채널로 작은 수입을 꿈꾼다. 순탄치 않은 한 해지만, 영화는 그 고단함을 곳곳의 유머로 풀어낸다.

B는 탄생이다. 아이가 태어나자 부부의 삶은 송두리째 바뀐다. 거실은 칸막이와 유아용품이 차지한 놀이 공간이 되고, 식사마저 소리를 죽여 해야 한다. 컬러와 흑백이 번갈아 이어지는 화면은 바쁘게 돌아가는 낮과 아이를 재우려 버티는 밤으로 나뉜 부부의 하루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두 사람은 그렇게 부모가 되어 간다.

D는 어디 있을까.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매일 조금씩 죽음 쪽으로 걸어가는 일이다. 배달 길 위에서 맞닥뜨리는 뜻밖의 순간, 돈 앞에서 작아지는 순간, 몸에 켜켜이 쌓여 가는 피로 속에서 부부의 일상은 조용히 닳아 간다. 그런데 바로 그사이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D를 향한 걸음을 멈출 수는 없어도, 그 길을 견딜 분명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치킨으로는 채울 수 없는 C, 그 이름은 아이(Child)다. 이 영화에서 아이를 향한 사랑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난다.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고, 기저귀를 갈고, 제 잠과 끼니보다 아이의 잠과 끼니를 먼저 챙기고, 고된 배달 길에 다시 나서는 일까지 부부의 모든 행동이 곧 사랑이다. 계산도 조건도 없는 그 사랑은 육아를 겪어 보지 않은 나에게도 생생하게 전해진다. 지친 태영이 휴대폰 속 아이 영상을 보며 기운을 되찾듯, 사랑은 아이의 옹알이와 작은 몸짓이 되어 부모에게 돌아온다.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벅차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실제 부부인 박송열 감독과 원향라 프로듀서는 아이를 맞이한 시간을 고스란히 영화에 옮겼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생계의 무게와 육아의 버거움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끝내 웃음과 온기를 놓지 않는다. 인생이 B와 D 사이의 C라면, 이 영화가 건네는 C는 아이, 그리고 아이와 부모가 주고받는 사랑, 서로를 살게 하는 사랑이다. 영화가 말하는 사랑의 지평선 너머란 아마 그 사랑이 머무는 자리일 것이다.​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네스프레소
한맥
네이버
CGV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트립닷컴
아이앱 스튜디오
두산트리븐센텀
팔라티움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