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전쟁을 두려워한다면 평화를 바라는 걸까?"
르완다 대학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질문과 재판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생존자 베네란다는 자신과 가족을 피해자로 만든 카랑과에게 용서를 선언한다. 베네란다의 여동생 수잔은 그 용서에 반대하며 죄의 심판을 다시 요구한다. 용서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내자는 언니 베네란다와 역사를 똑바로 직면하고 죄에 대한 값을 치르자는 동생 수잔의 입장이 갈리며 가족 간의 분열이 깊어진다.
<베니마나>는 역사를 증언하는 방식을 취하며 관객을 재판 현장에 데려다 놓는다. 영화 속 인물과 영화 밖 관객을 증인의 자리에 함께 놓는 것이다. 자신의 죄에 대해 당당히 고개를 들고 "하느님은 아십니다."라고 외치는 카랑과. 관객은 그 재판의 배심원석, 증인석을 거쳐 심판석으로 간다. 영화가 카랑과가 외치는 그 하느님의 자리에 관객을 두는 것이다. 그렇게 이 영화를 본 관객은 이 역사의 청자이자 증인, 그리고 심판인 '베니마나'(신의 자녀들)가 된다.
대학 입시를 앞둔 베네란다의 딸 티나는 학살 생존자 대상 장학금을 받기 위해 아버지의 정체를 알아내려 한다. 서류 없이 가족과 이웃의 말로만 전해지는 아버지는 재판의 증언과 닮았다. 학살 피해자의 시체도 찾지 못한 채 증거 없는 재판이 이루어지는 곳이 이곳 르완다이다. 티나의 출산이 임박했을 무렵, 티나는 자신의 출생에 묻어두었던 비밀을 알게 된다.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 티나가 어머니 베네란다에게 소리친다. 이것은 딸의 임신 소식을 안 베네란다가 딸에게 똑같이 한 말이다. 영화는 대를 이어 전해지는 역사의 악순환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피해자들의 시체를 집 밑에 묻었다는 증언에, 동네 사람들이 그 집을 부순다. 집이 무너지는 걸 보고 있는 이들의 얼굴에 세월이 깊이 새겨져 있다. 긴 시간 동안 역사의 유일한 증거로 살며 노인이 된 그들은 여전히 가족을 찾고 있다. 영화는 베네란다 가족의 역사를 보여준다. 베네란다와 그의 어머니, 여동생 수잔, 그리고 딸 티나는 역사의 여성 생존자다. 영화는 단순히 이들을 묘사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티나의 임신과 출산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아픔을 딛고 미래로 나아가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어제와 내일을 뜻하는 단어가 같다는 르완다. 그들은 어제와 같은 내일을 살아간다. 그렇기에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어제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카랑과의 재판 결과에 분노해 길거리에서 소리를 지르며 쓰러지는 수잔. 이웃 여성들이 몸을 감싸던 천을 벗어 그를 가려준다. 영화는 여성 생존자의 연대와 갈등을 함께 보여주며 그들을 살아있는 인물로 탄생시킨다. 티나의 할머니가 영화 내내 손수 뜨던 것은 곧 어머니가 될 티나의 이불이다. 어머니가 아닌 이들이 없는 이곳, 그렇기에 고통스러운, 이 여성들을 덮어줄 이불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