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영화의 창
변사1895년 영화 매체가 발명되고 1920년대 중반 유성 영화가 개발되기까지를 우리는 ‘무성 영화 시대’라고 부른다. 무성 영화 시대에 변사는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대사를 대신 읊거나 화면에서 보이는 이야기들을 서술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다른 나라에도 변사는 있었지만 특히 일본에서 변사의 인기는 실로 엄청났다고 한다. 일...
와이드 앵글
길 위의 돌멩이베이징 거리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청년은 교회에 가서 기도하는 게 일이다. 그는 신에게 죽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희귀 유전병으로 10년을 고통받은 그는 삶을 이만 멈추고 싶다. <길 위의 돌멩이>는 이 청년의 참혹한 생을 가까이서 지켜본다. 그가 쓰레기통을 뒤져 끼니를 구할 때도, 행인...
한국영화의 오늘
노가리‘나의 혹은 우리들의 영화 만들기’에 관한 자기 반영적 영화는 독립영화계에서 지나칠 정도로 흔하다. 현실에 비추어 보자면 이해가 되고도 남는 대목이다. 다만 그중 적지 않은 영화들이 자기 연민과 우울감에 시달리며 실패한다. <노가리>도 자기연민의 종류에서 벗어나 있진 않다. 다만 방식이 다르다. <노가리>는 철저하게 자신...
와이드 앵글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2극영화 촬영감독인 박홍렬은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창문을 닦는 정체불명의 검은 옷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 박홍렬은 자신이 출연한 그 장면을 다양하게 재연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창으로서의 영화’로 이 다큐멘터리를 시작했다고 농을 친다. 그가 떠올린, 세상의 창에 담길 주인공은 감독의 24...
아이콘
기생충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다. 장르 관습을 자신만의 언어로 소화해온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에서 보이지 않는 계급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킨다. 반지하에 사는 기우(최우식)네 가족은 전원이 백수 상태다. 기우는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IT기업의 CEO 박 사장(이선균)의...
뉴 커런츠
잭푸르트말레이시아 공산당은 독립을 위해 수십 년에 걸쳐 정글에서 게릴라전을 벌였다. 전쟁 중에 태어난 아기들은 생존을 위해 정글 밖으로 보내졌고 보뤄미는 그런 아기들 중 한 명이자, 주인공 이판의 아버지이다. 대만계 말레이시안으로서 시대의 아픔과 비밀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는 부자는 서로를 증오한다. 이판은 이런 아버지와 말레이...
와이드 앵글
연약한 역사(들)거리, 지하철, 실내, 공원, 차 안에서 두 이십대 남녀가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한국인 3세 우희와 스위스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크리스티앙. 일본에서 소수자의 정체성을 지닌 그들은 인종주의와 차별로 분열된 일본 사회에 대해 말하기 위해 타나카 코키의 카메라 앞에 초대되었다....
오픈 시네마
초미의 관심사엄마(조민수)가 온다. 한눈에 척 봐도 이 엄마는 성격만 급했지 얼렁뚱땅 허당이다. 엄마를 맞이하는 딸(치타)은 촉망받는 뮤지션인데 역시나 한 성격 한다. 둘은 안 닮아도 너무 안 닮았다. 이 상극의 모녀가 만난 건 어린 막내딸 혹은 여동생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이 아니라 웃음으로 도배된다. 마...
아시아 영화의 창
푸춘산의 삶칠순을 맞이한 위씨 집안의 노모는 고희연에서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어머니는 다행히 깨어나지만 치매 판정을 받는다. 각자의 삶과 가족 문제로 바쁘게 사는 사형제들은 병든 노모를 두고 누가 돌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결속된 그들의 운명은 서로를 향한 의심과 각자의 딜레마로 인해 시험에 빠져...
아시아 영화의 창
인생의 곡예자신이 직접 선지자를 찬양하는 찬양시를 쓰고 작곡해 음반까지 제작한 독실한 무슬림 신자 라하트는 병상에 누운 아내를 살뜰히 돌보며 부동산 소개업을 하는 존경 받는 노년의 남성이다. 라하트에게는 길티 플레저가 있는데, 그것은 오래된 펀잡 영화 속 여성 댄서의 춤을 따라하는 것이다. 어느 날, 친구 아들의 결혼식에 초대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