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
해야 할 일지방의 중소 중공업 4년 차 대리 준희. 인사팀으로 발령받자마자 구조조정용 해고 대상자 명단을 만드는 일에 투입된다. 맡은 일을 할 뿐인데, 준희는 일을 할수록 자꾸만 자신이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진다. <해야 할 일>은 정리해고의 칼바람 속에서 인물들 사이의 대립, 반목, 불신이 어떤 식으로 심화되는가를 구체적인 상황과 점진적 진행으로 그려나간다. 부서와 업무, 직급과 연차, 학력과 성별, 처지와 입장 간의...
플래시 포워드
호밀의 뿔1971년 스페인의 섬마을. 마을 여인들의 출산을 돕고 가축을 돌보고 바닷일에도 손을 보태며 살고 있는 조산사 마리아는 어느 날 십 대 소녀의 낙태를 도왔다가 위험에 처한다. 예상치 못한 비극이 발생하면서 마을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 그녀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경 마을로 도망가 살길을 도모한다. 출산을 앞둔 여성의 거친 신음으로 가득한 집안을 10 분간 진득하게 보여주며 시작하는 <호밀의 뿔>은 고통받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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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깊은 진실“우리는 법이 아니라 명령을 따른다.” 부조리가 판치는 필리핀 정부와 경찰 조직에 환멸을 느끼는 에르메스 파파우란. 설상가상으로 두테르테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하자 악몽에 시달린다. 유능한 경관인 그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미제로 남겨진 에스메랄다 스튜어트 실종 사건을 파헤치기로 한다. 유명 모델이자 멸종 위기에 놓인 필리핀수리 보호 운동에 매진했던 에스메랄다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서로 엇갈리기만 하는...
월드 시네마
홀리루카스 돈트의 <걸>(2018)과 <클로즈>(2022)의 계보를 잇는 <홀리> 는 십 대의 감수성을 정교하게 담아낸 플랑드르 영화다. 홀리는 어느 날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학교에 가지 않는데, 이는 그날 학교에서 일어난 큰 화재로부터 그녀를 구해준다. 이러한 예지력 외에도 홀리는 자신에게 타인을 만지는 행위만으로 그들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학교에서는 마녀로 취급받지만, 그녀를 ...
와이드 앵글
홈15살 소민은 아빠의 사업 실패로 갑작스레 이사를 가게 되어 심통이 나있다. 새집에 도착해 이삿짐을 내리기도 전에 소민은 어린 동생과 함께 예전 ‘우리집’ 으로 발길을 돌린다. 무언가에 이별을 고하는 아이들의 작은 여정이 미니멀한 형식에 아름답게 담긴다. (강소원)
한국영화의 오늘
화란고등학생 연규(홍사빈)는 의붓아버지의 폭력과 가난으로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의붓동생 하얀(김형서)과는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간다. 동급생과의 싸움 끝에 합의금을 건네야 할 처지가 된 연규는 동네 조직 폭력배의 중간 보스이자 미스터리한 인물인 치건(송중기)을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을 받는다. 이후 연규는 치건을 추종하게 되고 연규의 삶은 예상치 못한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한국...
아시아영화의 창
황홀경한밤중에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매미를 잡던 망쿤치가 돌연 사라졌다. 카산의 아버지와 마을 남자들은 소문대로 장기 밀매 업자들이 그를 납치했다고 믿고, 밤마다 마을을 지킨다. 한편 교구 목사는 기적의 성모 마리아상 행렬이 지나간 후, 장차 40일 밤과 40일 낮 동안 지속될 종말의 어둠에 대비한다며 ‘종말 구호 헌금’을 걷기 시작한다. 인도 북동부 메갈라야 출신인 도미닉 상마 감독은 주민 대다수가 크리스천인 마을...
월드 시네마
히어브뤼셀에서 건설노동자로 살고 있는 루마니아 출신의 스테판은 고향으로 휴가를 떠나기 전 정성껏 끓인 수프를 들고 가까운 지인들을 만나러 다닌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끼를 연구하는 중국계 여성 선태학자 슈시우와 만나게 되고, 숲속에서 깊은 교감의 순간을 경험한다. 벨기에 감독 바스 데보스의 네 번째 장편영화 <히어>는 스테판의 이 따뜻한 영화적 여정을 우아하고 유려하게 담아낸다. 소소한 대화 속에 깃든 삶의 진실과...
온 스크린
LTNS성적 욕망으로 불타올라 서로의 육체를 탐하던 시기는 속절없이 과거로 흘러가고 우진(이솜)과 사무엘(안재홍)은 이제 육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다소 시들해진 부부 사이가 되었다. 바로 이 부부가 우연한 동기 끝에 ‘불륜 커플 전문 협박단’으로 거듭나 인생 역전의 기회를 노린다. <소공녀>의 전고운, <윤희에게>의 임대형, 두 출중한 신예 감독이 공동 각본 및 연출을 맡고 이솜과 안재홍이 부부를 연기한다는 정보 자...
특별기획 프로그램
2046 (리마스터링)<화양연화>와 거의 동시에 제작에 들어간 <2046>은 전작의 후일담 성격을 띠지만 그 그림자에 머물지만은 않는다. 1966년 문화대혁명 속 홍콩. 글을 쓰며 살아가는 차우는 오리엔탈 호텔 2046호에 투숙한다. 차우의 소설 속 세계 2046에서는 모든 게 영원하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2046으로 향하는 이들은 사랑 때문에 또다시 쓸쓸해진다. 지난날 <화양연화>의 차우와 수리첸이 머물던 2046은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