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앵글
문 앞에 두고 벨 X큰맘 먹고 마련한 중고 자전거를 끌고 배달 일에 나선 지호는 어느 밤 우연찮은 배달 실수로 동분서주하게 된다. 일을 하면 할수록 더 가난해지는 역설적인 날. 골목 어귀마다 배달 라이더와 마주칠 수 있는 시대에 어딘지 익숙한 상황, 있을 법한 일들이 펼쳐진다.
아시아영화의 창
물고기를 향한 설교2020년 <인 비트윈 다잉>으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아제르바이잔 감독 힐랄 바이다로프는 사라예보 영화아카데미에서 벨라 타르에게 영화를 배웠다. 그의 영화에 벨라 타르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힐랄 바이다로프는 다른 영화에서라면 카메라가 들여다보는 대상조차 되지 않는 풍경을 난생 처음 보는 화면처럼 잡아내곤 한다. 기름이 떠 있는 물 웅덩이를 찍는 것만으로 참혹한 세상의 황량한 정서를 전...
와이드 앵글
물꽃의 전설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는 제주도 최고령 해녀 현순직(96세) 씨가 살고 있다. 타고난 재능에 요령도 좋아 이른 나이에 상군 해녀가 되었다는 그녀는 87년 간 물질을 한 놀라운 경력의 소유자다. 집보다 물속이 편안해 보이는 현순직 해녀는 2020년 10월을 마지막으로 물질을 그만두지만, 물속이 그리운지 매일같이 바다로 향한다. 그녀에게 교육받은 채지애(39세) 해녀는 그런 순직 삼춘을 살뜰히 챙긴다. 그리고 ...
한국영화의 오늘
물비늘예분은 강물에 몸을 담그고 금속 탐지기를 휘젓고 있다.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은 일 년 전 이 강에서 익사한 어린 손녀의 유해와 흔적이다. 손녀의 죽음에 여전히 죄책감을 느끼는 예분은 괴로운 날들을 보낸다. 한편, 예분의 오래된 마을 친구 옥임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자 예분은 죽은 손녀의 친구이자 옥임의 손녀인 지윤을 잠시 맡게 된다. 예분과 지윤은, 그러니까 죽은 망자들의 염을 해주는 어느 염습사와 중학교...
아이콘
미래의 범죄들멀지 않은 미래,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것이 합성된 인조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전위 예술가 사울과 그의 파트너 카프리스는 다른 이들과는 사뭇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인공적으로 사람의 신체를 끊임없이 변종 시킬 수 있다는 ‘진화의 가속 신드롬’ 맹신자인 사울은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전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그의 행위 예술은 추종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만, 한편으론 상황을 수상하게 여긴 형사가 은밀...
와이드 앵글
미얀마 다이어리2021년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이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은 문자 그대로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있다. 또한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안전과 자유를 찾아 반강제적으로 집을 떠나야 하는 처지에 놓인 시민들이 무려 20만 명에 달한다. <미얀마 다이어리>는 정부의 폭력을 고발하는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는 행동들을 작은 카메라로 담은 작품이다. 공권력의 무자비한 인권 침해, 거리로 나선 용감한 시민들의 모습 ...
월드 시네마
믿거나 말거나, 진짜야쿠엔틴 듀피유의 기발한 상상은 멈추지 않는다. 이사 온 집 지하에 마법의 터널이 있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마을을 ’로우키‘라 일컫는 데서 보듯 그의 영화로선 드물게 울적한 코미디다. 게다가 웬디 카를로스보다 바흐를 더 흐물거리게 편곡한 존 산토의 신디사이저가 정신을 몽롱하게 한다. 표면적으로는, 집과 직장 상사의 비밀을 빌려 인간의 헛된 욕망과 시간의 패러독스를 말하는 영화다. 단, 듀피유는 언제나 예술에 관...
와이드 앵글
바람의 계곡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두 친구는 계곡으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버려진 집에서 밤을 보내게 되면서 유년 시절의 잊었던 기억이 그들에게 다가온다.
지석
바람의 향기세상이 너무 삭막하고, 인간이 너무 무섭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매일 접하는 뉴스의 많은 부분이 그렇다. 인간의 선의가 아직 남아 있는지 의심스러운 세태 속에서 <바람의 향기>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켜 주는 영화다. 이란의 외딴 시골 마을, 하반신 장애가 있는 남자가 전신 마비 상태의 아들을 간호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전기가 끊겨 전력 담당자가 이곳을 찾는다.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백방으로...
아시아영화의 창
바람이 하는 말이혼 후 새 가정을 꾸린 중년의 신문기자 아캉(리강생)은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딸 아빙을 만나기 위해 전처의 집에 들른다. 하지만 아빙은 버스에서 졸업증명서가 담긴 가방을 잃어버렸고 함께 온 남자친구 아융은 버스기사에게 폭행당했다. 아캉은 경찰서와 병원을 오가며 정의를 요구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전처는 새 애인을 사귀며 은근히 아캉을 무시하고, 그와 아융도 서로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 곧 대도시에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