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포워드
생토메르다큐멘터리 작가 알리스 디옵의 첫 장편 극영화다. 이주민, 하층민 남성을 주로 다뤄온 그가 여성에 초점을 맞춘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여성을 주제로 강의하면서 메디아의 현대적 버전을 저술하던 라마가 딸을 살해한 여성의 재판과 마주한다. 각각 아프리카 이주민, 이주민 2세인 두 여성은 카메라 뒤의 디옵과 동일한 정체성을 지녔고, 학자이자 작가인 라마가 현실과 진실, 뒤라스와 파솔리니를 경유하며 겪는 혼란, 깨...
아시아영화의 창
성스러운 거미<경계선>(2019)으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에 초청된 알리 아바시 감독은 이란에서 태어난 뒤 스웨덴에서 자랐으며 덴마크 국립영화학교에 다녔다. 유럽에서 찍은 <셜리>(2016), <경계선>과 달리 이란 배우들과 이란 이야기를 다뤘지만 정작 이란에선 상영 금지된 영화다. 몸 파는 여자들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발생한 연쇄 살인을 영화로 옮겼는데, 이란의 최대 성지가 배경인 만큼 이란에서 찍지 못하고 요르단에서 ...
특별기획 프로그램
성스러운 도로지안프랑코 로시는 로마를 둘러싼 거대한 외곽순환도로 ‘그라’(GRA)와 그 주변 부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카메라 없이 오래 머물다가 공간이든 사람이든 잘 알게 되고 나서야 찍기 시작한다는 로시의 작업방식은 사건을 포착하기에는 너무 느리지만 이야기를 발견하는 데에는 제격이다. 그는 외곽순환도로 주변부의 삶을 조각조각 꿰맞추어 작고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긴 하나의 태피스트리를 구성해낸다. 구급차 대원, 야자...
특별기획 프로그램
세 번째의, 정직2010년대의 가장 중요한 일본 영화 <해피 아워>(2015)의 정신적인 속편. 전작의 감독이었던 하마구치 류스케가 활동의 장을 도쿄로 되돌린 뒤, 고베에 남은 스태프와 배우들 대부분이 재집결하여 제작한 작품이다. 사랑을 갈망하는 전대 미문의 누나와 남동생의 이야기가 병행하여 진행된다. 누나는 우연히 만난 기억상실증에 걸린 소년을 자신의 진짜 아들이라고 주장하고, 남동생은 래퍼로서의 창작 활동에 매진하다 못해...
특별기획 프로그램
세 자매단언컨대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감독 중 한 명인 왕빙은 디지털 시대 시네마의 성취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다. 그는 언제나 세상의 관심에서 벗어난 존재들에 시선을 두고 오래 촬영한 다음 때때로 극장의 표준적인 러닝 타임을 훌쩍 초과하는 영화를 내놓는다. <세 자매>는 그런 왕빙의 영화 중에서 도 가장 단순하고 깊고 마음이 쓰이는 작품일 것이다. 중국 남서부 윈난성 고산 지대의 작은 마을에 사는...
아시아영화의 창
세일즈 걸사룰은 조용한 성격으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적성에도 맞지 않는 원자력공학과를 다니고 있다. 어느 날 바나나에 미끄러져서 넘어지는 바람에 하던 일을 못 하게 된 친구가 대신 아르바이트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곳은 다름 아닌 섹스숍. 사룰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곳이지만 친구는 자신의 비밀을 가장 잘 지켜줄 것 같은 사룰을 설득한다. 온갖 모양과 종류의 성인용품을 판매하고 가끔 배...
한국영화의 오늘
소년들1999년 시골 소읍의 한 슈퍼마켓에 강도 치사 사건이 벌어진다. 경찰은 세 명의 소년들을 진범으로 지목, 빠르게 수사를 종결한다. 얼마 뒤 새로 부임한 황준철(설경구) 반장은 경찰 고위직 최우성(유준상)과 무리들이 성과를 앞세워 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는 특유의 끈질기고 강직한 수사력으로 재수사와 재심을 시도한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소년들>은 실화와 허구 사이에서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
플래시 포워드
소년배엘리우는 공범인 친구와 깊은 정글에 위치한 소년원에 도착한다. 교화 시설의 외양과 달리, ‘약물중독, 사기, 도둑질, 살인’의 범죄를 자인한 촉법소년들은 사슬에 묶인 채 강제노역에 동원된다. 낮에는 괴이한 정신수양 훈련에 참여하고 늦은 밤에는 옹기종기 모여 ‘끗발이 죽여주는’ 약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폭력성이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아버지로부터, 그리고 남동생에게까지 대물림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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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영화준희(이혜영)는 잘 알려진 소설가지만, 현재는 소설 쓸 의지를 잃은 상태다. 소설 쓰기가 작은 걸 부풀리는 과정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소설가의 영화>는 준희가 낯선 곳에서 옛 지인들을 연달아 우연히 마주하는 이상하고도 신기한 어느 날의 행로를 따라간다. 소식이 뜸했던 후배,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감독 부부, 한때 친했던 선배 시인, 뿐만 아니라 준희와는 일면식이 없던 배우 길수(김민희)와도 만난다. 준희는...
와이드 앵글
송곳니유난히 뾰족한 송곳니 때문에 자주 피 맛을 보는 지훈은 자신에게 유별나게 집착하는 엄마와 살면서 유난히 가까운 친구 주성을 자주 생각한다. 십 대 소년이 겪는 자아 정체성의 혼란과 모성의 억압이 퀴어 드라마, 뱀파이어 장르와 결합하여 기묘한 성장담으로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