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
앵커정지연 감독의 첫 장편영화 <앵커>는 정교한 심리스릴러이자 우리 시대의 초상을 포착한 서늘한 사회드라마다.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천우희)는 생방송 직전 자신과 딸이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는 한 여성의 제보전화를 받는다. 장난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자 세라는 특종을 건지기 위해 직접 사건현장을 찾는다. 세라의 행동 뒤엔 언제나 그를 억압하고 성공을 종용하는 엄마 소정(이혜영)의...
플래시 포워드
야자수와 전선17세 레아는 학교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 매일 친구들과 술이나 마시며 겉도는 자신의 인생에 지루함을 느끼던 어느 날, 친구들의 강요로 본의 아니게 무전취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식당 주인에게 붙잡혀 곤욕을 치르던 찰나, 어디선가 나타난 의문의 남자 톰의 도움을 받게 된다. 레아는 자신의 나이에 두배 가까운 30대 중반의 톰에게 이제까지 느낄 수 없었던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고 이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
온 스크린
약한영웅 Class 1<약한영웅 Class 1>은 진짜 강함이 무엇인지 되묻는 액션 성장 드라마다. 연시은(박지훈)은 공부 외엔 관심이 없지만 걸어온 싸움을 피하지도 않는다. 타고난 두뇌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 주변 도구를 활용하여 자신을 보호하던 시은이지만 혼자이기에 결국 위기가 닥치고, 그 순간 또 다른 아웃사이더 안수호(최현욱)와 전학생 오범석(홍경)의 도움을 받는다. 그렇게 정글 같은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따로 또 같이 ...
아이콘
어느 멋진 아침산드라의 일상은 퇴행성 질환을 앓는 아버지, 8살 먹은 딸, 재회하면서 연인관계로 발전한 클레망 사이에 놓여 있다. 통역사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잰걸음으로 사는 그에게 세 사람보다 깊은 관계는 없다. <어느 멋진 아침>은 산드라가 아버지, 연인, 그리고 딸과 나누는 은밀한 교감의 순간을 각기 보여준다. 느슨하게 연결된 공간과 달리, 그가 그들과 나누는 시간은 엄격히 구분되어 있다. 산드라가 그 자신으로 온전...
오픈 시네마
어느 짧은 연애의 기록싱글맘인 여자와 한 유부남은 우연히 만나 연인이 된다. 질투나 미래에 대한 약속 없는 가벼운 만남. 이것이 이들 사이의 암묵적 계약이다.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 따라 깊어지는 연인의 사랑은 쥴리엣 그레코의 샹송 <라 자바네즈>의 선율과 어우러져 파리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만남이 거듭될수록 그들의 감정은 이 암묵적인 계약에 의문을 제기한다. 에릭 로메르의 계보를 잇는 프랑스 감독 엠마누엘 무레는 <어느 짧...
와이드 앵글
어떤 장례식아버지의 장례식에 모인 가족은 시신이 뒤바뀌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친척과 지인들 앞에서 체통을 지키기 위해 눈물을 연기한다.
한국영화의 오늘
엄마의 땅애니메이션 <엄마의 땅>에서 툰드라의 유목 민족인 예이츠 부족은 개발의 회유와 강압 속에서도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고수한다. 어린 소녀 그리샤와 그녀의 동생 꼴랴, 엄마와 아빠도 그렇게 단란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 엄마가 병으로 쓰러지게 되고 아빠가 도시로 약을 구하러 간 사이 그리샤와 꼴랴는 이 땅의 정령이자 주인인 붉은 곰에게 도움을 청하러 먼 길을 떠난다. 주인공들은 인형이지만 이들의 감정은 사람...
오픈 시네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중국계 중년여성 에벌린의 인생은 복잡다단하다. 운영하는 빨래방은 국세청의 까다로운 감사를 받고, 남편은 그녀 몰래 이혼 서류를 준비한다. 하나뿐인 딸은 커밍아웃 후 동성애자 애인을 보수적인 할아버지에게 소개하겠다며 고집을 피운다. 어느 날, 에벌린은 국세청 사무실에서 감사를 받다 자신의 전생들이 연결 된 ‘멀티버스’ 세계에 빠진다. 어리둥절한 에벌린은 무엇이 현실인지도 모른 채 딸의 형체를 한 악의 신 ‘조부...
특별기획 프로그램
에브리씽 윌 비 오케이동물들의 영화관이 열리고 스크린에는 인류의 역사가 펼쳐진다. 히틀러, 베트남전, 원폭, 나치수용소, 내전, 학살 등 인간이 자행한 비극의 역사를 관람한 동물들은 거기서 무얼 배울 것인가? <에브리씽 윌 비 오케이>에서 리티 판은 동물들이 권력을 쥐게 된 세상을 상상한다. 『동물농장』의 세계관을 이어받고 부분적으로 <혹성탈출>(1968)을 연상시키지만, 실은 전작 <잃어버린 사진>(2013)과 <피폭의 연대>(...
월드 시네마
여덟 개의 산파올로 코네티의 소설을 가져오면서 펠릭스 반 그뢰닝엔은 공동연출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두 인물이 끌고 가는 원작이 그러하듯. 십 대 초반에 만난 두 구의 오랜 연대기는 단순하면서 심오하다. 여덟 개의 산과 바다를 여행하는 자와, 태산의 정상에 오른 자 중에 누가 더 큰 깨달음을 얻었을까? 멀리 네팔을 떠도는 피에트로는, 후자의 삶을 갈망했던 아버지와 산의 무게를 껴안은 친구 브루노의 삶을 생각한다. 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