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시네마
자기만의 방티나는 고향에서 상경해 투룸 아파트에 입주한다. 방 한 칸을 내준 메기는 영어를 잘하고, 파티를 좋아하고, “이놈의 나라 내가 떠나고 만다”고 매일 다짐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잠시 머무른 후 남자친구와 동거할 예정이었던 티나의 계획이 어그러지고, 메기가 학수고대하는 미국 비자는 금방 나오지 않는다. 단순히 같은 공간을 점유하던 두 사람은 이제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가 된다. “여성이 글을 쓰고자 한다면 ...
아시아영화의 창
자서전카리스마 넘치는 군 장성이 퇴역 후 고향에 내려와 선거 출마를 준비한다. 갓 성년이 된 라킵은 수감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의 시중을 든다. 그는 라킵을 친아들처럼 여기며 자신이 터득한 세상 이치를 몸소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약육강식의 냉혹한 현실과 권력의 무서움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기 얼굴이 새겨진 선거 포스터가 훼손된 모습에 격분하고, 라킵은 범인을 찾아 나서지만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
월드 시네마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음악가 삐에르 폴데스의 첫 애니메이션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러 단편을 각색한 작품이다. 하루키의 소설에서 자주 나타나는 설정처럼 여자들은 다른 차원에 이끌려 사라지고, 남자들은 신비한 고양이들의 인도를 받으며 사람처럼 말하는 거대한 개구리와 같은 가상의 존재를 만난다. 이창동의 <버닝>(2018)과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2021)에 이어, 삐에르 폴데스는 하루...
와이드 앵글
절규학창 시절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차에 동승했다. 옛일을 까마득히 잊은 듯 피해자 민규가 가해자 태원을 고향 집에 내려다 준 직후, 예기치 않은 인물들의 출현으로 상황은 급반전된다. 오랜 세월 응축된 억눌린 내면의 폭발을 담은 감정의 액션영화.
미드나잇 패션
제티카몰래 교통사고를 내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시골에 숨어사는 엘레나. 어느 날 그녀는 고등학교 동창인 제시카와 재회하게 된다. 어색함도 잠시 둘은 금방 다시 친해지지만, 그 뒤로 의문의 남자가 두 사람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남자의 모습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엘레나에게, 제시카는 남자에 관한 비밀을 털어놓는다. <제티카>는 평범한 공포 영화가 아니다. 다른 말로 하면,...
아시아영화의 창
조이랜드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뭄타즈는 섬세한 남편 하이더르, 가족 내에서 절대자로 군림하는 시아버지 아만, 큰형 내외 및 그들의 네 딸과 함께 산다. 몇 년째 전업주부로 살던 하이더르는 카리스마 있는 트랜스젠더 뮤지션 비바의 백댄서로 취직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뭄타즈는 전업주부가 될 것을 강요받는다. 하이더르는 첫 만남부터 강렬했던 비바에게 이끌리고, 뭄타즈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답답함을 느낀다...
와이드 앵글
죽은 친구를 구하는 법친구 키미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마루시아. 십여 년에 걸친 그들의 여정이 서글픈 종말에 이르는 순간, 영화는 시작된다. 마루시아와 키미는 십 대 시절에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함께 보내며, ‘우울한 나라’ 러시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은 하루하루 속에도 짧지만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 또래들처럼 우울과 불안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인디 밴...
와이드 앵글
죽은 후에도집념과 몰두, 의지와 헌신, 탐구와 탐닉의 시간이었다. 2004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16년여의 세월을 쏟아 부어 집을 완성한 ‘양’에게 이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일본 목재 건축 양식을 독학한 그는 직접 설계도를 그리는 일을 시작으로 목재 수급, 착공, 기둥 조립, 기와지붕 올리기, 내부 공사까지 집짓기의 전 과정을 직접 해낸다. 대만 ‘백색 테러’ 시기를 몸소 겪은 부모 밑에서 자라고 혈혈단신이 돼...
특별 상영
지석2017년 5월 18일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칸영화제 출장 중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 예기치 못한 그의 죽음에서 오랜 영화인 친구와 동료들은 마지막 시기 그를 괴롭혔던 일들을 떠올린다. 다큐멘터리 <지석>은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창립멤버로 ‘아시아영화의 허브’라는 부산영화제의 정체성을 구상하고 완성한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추모하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고...
뉴 커런츠
지옥만세학창 시절 내내 왕따와 학교 폭력에 시달려 온 나미와 선우는 같은 반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간 사이 자살을 시도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우리는 무언가 견디기 어려운 비극을 예상하게 되지만, <지옥만세>라는 이 엉뚱 발랄한 엇박자의 영화는 예측을 불허한다. 어리숙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자살 실패 이후, 두 사람은 자신들을 가장 괴롭혔고 지금은 서울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채린을 찾아 복수하려 한다. 하지만 복수도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