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영화의 창
집 팝니다영화는 폐공장에서 협박받는 다미르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임신 중인 촐폰과 어린 딸만 남은 집까지 쫓아온 사채업자들은 집 외벽에 페인트로 ‘집 팝니다’라고 쓰고 가족을 궁지로 밀어 넣는다. 다미르는 형제, 친척, 친구 등 알만 한 모든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촐폰 역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들 부부에게는 일분일초가 절박하게만 느껴지는 상황이지만, 다미르와 촐폰의 대화는 간...
플래시 포워드
천둥세기가 전환되던 시기, 스위스 남부 마을의 목가적인 풍경이 하나씩 소개된다. 그러나 <천둥>에서 아름다운 자연은 시각적으로 누릴 대상이 아니다. 영화는 엄숙한 종교와 결합한 폐쇄적인 사회가 어떻게 여성을 억압했는지 이야기한다. 한 소녀가 목숨을 끊는다. 수녀원에서 지내던 소녀의 동생 엘리자베스는 집으로부터 온 전갈을 듣는다. 이제 맏이가 된 그는 집안의 노동력에 도움을 줘야 한다. 돌아가기 싫은 소녀는, 자신...
뉴 커런츠
천야일야30년 전 실종된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가 있다. 쇠락하는 어촌 마을에 살고 있는 중년 여성 도미코. 3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남편의 행방을 찾으며 혼자 살아간다. 그런 도미코 앞에 마찬가지로 2년 전 남편이 실종되었다는 여자 나미가 찾아온다. 나미는 실종된 남편을 ‘특별 실종자’ 명단에 올리고자 도미코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도미코는 나미의 남편을 찾는 일에 적극 나서지만 막상 서류 준비가 끝날 무렵 나미는 실...
와이드 앵글
철수에게 자유를1973년, 이철수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벌어진 어느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긴급 체포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아시아인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한 백인 증인들의 엉터리 증언과 수사관들의 방기가 초래한 결과다. 이 사건에 의구심을 가진 한인 기자가 수사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기사를 쓰면서, 무고한 이민자 청년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다. <철수에게 자유를>은 아시안 민권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와이드 앵글
초토화작전우리는 이성이 싹트는 순간부터 한국전쟁에 대해 인식하게 되지만, 인식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전쟁을 직접 체험한 이들과 책으로 전쟁을 접한 이들의 체감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초토화작전>은 양자의 차이를 무너뜨리는 폭발적인 다큐멘터리다. 이미영 감독은 보안 해제된 미군의 문서와 아카이브 영상들, 폭격에 가담한 이들과 민간인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반으로, 3년간의 한국전쟁 동안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은 ...
와이드 앵글
최여영의 해남 여행작가 지망생 여영이 글을 쓰기 위해 해남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는 언니의 집에 기거하면서 산책하고 잡초를 뽑고 어울려 술을 마시는 더없이 평온한 나날이 이어지지만 글은 여전히 백지상태다. 전원생활의 느긋함과 예민한 자의식이 충돌하고 공존하는 독특한 무드의 여행기.
아시아영화의 창
추방된 사람들첫 영화 <그림자가 사라진 날>(2018)로 베니스영화제 미래의 사자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시리아 여성감독 수다드 카아단의 신작. 끊임없는 공습으로 폐허가 된 도시지만, 14살 제이나와 그녀의 가족은 다마스커스의 자기 집을 떠나지 않는다. 공습으로 창문이 모두 박살이 나지만 제이나의 아버지는 천으로 뚫린 창과 천장을 가리고 집에 머무르는 선택을 한다. 어느 날, 제이나의 방 천장의 뚫린 구멍으로 밧줄이 내려오고...
와이드 앵글
축구광 자흐라테헤란의 열혈 축구 마니아 자흐라. 그녀의 수난이 거듭된다. 좋아하는 축구를 직접 보러 경기장으로 향한 게 이유의 전부다. 1981년 이후, 이란 사회는 여성의 축구장 입장을 불허하고 있다. 에너지 넘치고 장난기 가득하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조건해야 직성이 풀리는 자흐라에게 축구는 정말 포기할 수 없는 삶의 전부다. 남장도 불사하고 경기장으로 향하고, 소셜 미디어로 제 처지를 전하며 관심도 불러내 보려 하...
와이드 앵글
친애하는 나에게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한 소녀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 여러 감정이 혼재하는 내면의 여정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다.
와이드 앵글
친애하는 어머니, 죽음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감독인 딸은 엄마의 암 투병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된다. 타지에서 홀로 공부하는 딸이 괜히 걱정할까 우려한 엄마의 배려이겠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다. 30년간 의사로 일한 엄마는 잘사는 일만큼 잘 죽는 일에 관해 생각해 왔다. 병원을 놀이터 삼아 자란 감독은 죽음을 둘러싼 풍경이 익숙했지만, 막상 엄마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부터 난다. 투병과 돌봄에 관한 모녀의 사적 에세이처럼 보이던 영화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