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커런츠
침묵의 장소징무여자중학교의 학생 세 명이 행방불명되었다가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언어장애가 있는 특수학급 학생 샤오퉁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불안에 휩싸인다. 개교기념일 행사 리허설 중 또 하나의 시체가 강당 천정에서 떨어지고, 혼란한 와중에 샤오퉁이 사라진다. 학교 급사로 일하면서 샤오퉁을 가까이에서 돌보아 온 엄마 리한은 추적을 시작한다. 샘 쿠아 감독은 치밀하게 구성된 플롯과 속도감 있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카메라퍼슨첫 자막에서 커스틴 존슨은 지난 25년 간 다큐멘터리 촬영감독으로 일하면서 다른 감독을 위해 찍은 푸티지들을 모아놓고 이것을 자신의 회고록으로 보아 주길 우리에게 요청한다. 스크린에는 보스니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쿠바 등 내전, 대량학살, 전쟁 성범죄로 얼룩진 비극의 공간들이 파편화된 형태로 불려 나온다. 그 이미지들 사이에 감독은 자신의 쌍둥이 자녀와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인 어머니를 찍은 홈 무비 클립을...
아이콘
칼날의 양면명성에 비해 큰 상복은 없는 편이던 클레르 드니가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감독상과 칸영화제의 심사위원대상을 거푸 받았다. 소설가 크리스틴 앙고와 다시 작업한 <칼날의 양면>은 남녀의 평범하지 않은 관계를 이야기한다. 9년째 함께 사는 커플 앞으로, 10년 전 헤어진 남자가 나타났다. 흔한 삼각관계도 드니의 손길에 잡히면 달라진다. 그는 표현하기 힘든 것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도입부에서 사랑하는 순간의 느낌을 보여...
와이드 앵글
캐리어우먼안 감독과 이 배우, 백 작가는 군산 여기저기를 쏘다니다 해가 저물자 시나리오 ‘캐리어우먼’을 함께 읽기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터치로 그려진 군산의 낮 여정이 시나리오 ‘캐리어우먼’의 등장으로 몽환적으로 급변한다. 영화에는 향수 어린 묘한 기운이 떠돈다.
온 스크린
커넥트기이한 상상력과 비주얼로 정평이 난 미이케 타카시 감독이 한국의 웹툰을 바탕으로 시리즈물을 만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신대성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커넥트>는 장기밀매업자들에게 한쪽 눈을 빼앗긴 남자 동수(정해인)가 자신의 눈을 이식받은 사람과 연결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초 재생 능력을 가진 주인공, 잔인한 불법 장기 헌터와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마, 타인과 신체 감각이 연결되는 등 원작의 기발...
월드 시네마
코르사주근래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여성 감독 마리 크류처가 시대극에 도전했다. 현대의 발라드가 삽입되고, 초기 형태의 영화를 과감하게 끌어들인 가운데,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생존’이라는 관심사에 더 집중했다. 1877년 비엔나, 엘리자베스 황후는 마흔에 접어든다. 유럽의 트렌드를 좌우하던 그는 이제 사회적 노년이라는 위협에 맞서야 한다. 코르셋을 조이고, 몸무게를 줄이고, 화려한 외유를 반복하지만, 젊고 아름...
월드 시네마
클로즈트랜스젠더 댄서의 초상인 <걸>(2018) 이후, 루카스 돈트 감독은 청소년기와 성적 정체성의 복잡함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 온 가족이 함께 사는 목가적인 시골의 한 마을. 13세 소년 레오와 래미는 무엇으로도 깰 수 없어 보이는 친밀한 우정을 나누며 지낸다. 하지만 학교의 또래 아이들이 던지는 냉담한 시선과 조롱은 그들 사이를 점점 갈라놓고 결국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진다. 동화에나 나올법한 <클로즈>의 ...
월드 시네마
클론다이크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군인들의 우발적 ‘실수’로 여객기가 추락하고, 정치적 견해가 상이한 남편과 남동생은 끊임없이 다투고, 한때는 친구였던 이웃 주민들과의 갈등이 증폭되지만, 꿋꿋하게 고향을 지키는 만삭의 임신부 이르카의 배는 점점 불러온다. 연이은 ‘실수’로 폭파되어 무너져버린 거실 벽너머로 보이는 광활한 풍경은 아름답지만 황량하고,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이르카의 두려움과 혼란은 커져간...
월드 시네마
키아라<미스 마르크스>(2020)의 수산나 니키아렐리 감독은 유머와 생동감이 넘치는 시대극을 선보인다. 우리는 이탈리아 성인 중 가장 온화하고 겸손했던 성 프란체스코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여성 공동체를 설립하기 위해 그의 사상을 따랐던 소녀 키아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모든 수녀가 수도원에 갇혀 살던 중세 시대에 키아라는 바깥세상을 알고자 하는 바람으로 동료들과 ‘여자는 수녀원에서 지내야 한다’는 종교적 규율...
오픈 시네마
킹덤 2: 아득한 대지로<킹덤>은 2006년부터 연재 중인 하라 야스히사의 만화가 원작이며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끈 뒤 극영화로도 성공을 거뒀다. <킹덤>(2019)에 이어 나온 <킹덤2> 역시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1편은 후일 진시황이 되는 영정이 대장군을 꿈꾸는 신을 만나 반란을 제압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 2편에선 신이 진나라군의 일원이 되어 위나라의 대군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신(야마자키 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