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스크린
킹덤 엑소더스90년대 중후반 제작된 <킹덤>의 최종편이 완성되기까지 25년이 흘렀다. <킹덤 엑소더스>는 전편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관람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라스 폰 트리에가 그리는 공포와 미스터리의 세계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최종편의 5부작 중 1 부와 2부가 상영될 예정이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코펜하겐 최고의 병원은 항상 기묘한 곳이었지만, 반갑지 않은 ...
와이드 앵글
타인의 삶유명 작가에게 소재 인터뷰 요청을 받은 평범한 회사원 규호는 작가의 난처하고 불쾌한 질문 앞에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규호는 오랜 친구가 가장 증오하는 대상으로 자신을 지목한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인간관계의 불가해한 심연으로 우리를 끌고 가는, 숨 조이는 대화의 영화.
특별기획 프로그램
타카라, 내가 수영을 한 밤이가라시 고헤이와 다미앵 마니벨이 2014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일을 계기로 제작된 공동 감독 작품.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시를 무대로 어느 소년의 하루 모험담이 그려진다. 아버지가 동도 트기 전 일어나 어시장으로 나가자, 그 소리에 눈을 뜬 여섯 살 소년은 다시 잠들지 못하고 이불 안에서 한 장의 그림을 그린다. 이윽고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 소년은 평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아버지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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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감독 병수(권해효)는 딸 정수(박미소)와 함께 인테리어 디자이너 해옥(이혜영)의 건물을 방문한다. 병수와 정수는 비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해옥의 소개로 공간 내부를 구경한다. 병수가 영화사 대표의 전화를 받고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해옥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꾸는 정수와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와인을 마시며 병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병수는 언제 돌아올까. <탑>은 마치 주술에 걸린 듯 내내 ...
아시아영화의 창
토라의 남편팬데믹으로 오랜 폐쇄(lockdown)를 견뎌낸 도시는 여전히 구급차와 통곡으로 소란하고, 생활고와 불안으로 사람들의 일상은 위태롭다. 식당과 베이커리를 경영하며 토목사업을 하는 잔은 인력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종업원들은 매일 말썽을 일으킨다. 그는 어려운 와중에도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고 자선을 베푸는 선량한 사장님이며, 책임감 있는 아들, 자상한 아버지, 막역한 친구이자 강아지에게도 충실한 ...
와이드 앵글
파괴한 예술가의 작업실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소년이 발견된다.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은 예술가의 말에 의심을 품고 현실은 점차 왜곡된다.
특별기획 프로그램
파괴의 자연사우크라이나의 거장 세르게이 로즈니차가 W.G. 제발트의 책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2차 대전에 관한 파운드 푸티지 영화. <파괴의 자연사>가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은 2차 대전 중 독일에 대한 연합군의 융단폭격이다. 로즈니차는 2차 대전 아카이브 필름으로 매우 급진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을 수행하면서 지역이나 진영을 식별하는 데는 무심했다. 여기에는 어떤 내레이션이나 자막도 없고, 무엇보다 적과 아군의 구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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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션<루이 14세의 죽음>(2016), <리베르테>(2019)의 알베르트 세라 감독은 <퍼시픽션>에서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일어나는 정치권력 투쟁을 탐구한다. 섬 곳곳에선 프랑스의 핵실험이 재개될 것이라는 소문이 흉흉하다. 이는 독립 운동을 하는 주민들의 봉기를 촉발할 수 있다. 브노아 마지멜이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고위공무원 드 롤러는 항상 흰색 옷을 입고 프랑스 군과 지역 정치인 사이를 오간다. 마을의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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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테일제목에도 불구하고 <페어리테일>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다.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 등의 20세기의 괴물들이 림보를 떠도는 정치영화이며 공포영화이기도 하다. <아버지와 아들>(2002), <러시아 방주>(2003), <파우스트>(2011)의 러시아 거장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실험정신은 이 기이한 걸작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감독은 독재자들의 아카이브 영상을 디지털로 작업한 후 살아있는 배우처럼 연출한다...
한국영화의 오늘
페이퍼맨이 남자의 행색은 의아한 데가 있다. 꾀죄죄하고 추레한데 목에는 의문의 메달 하나를 걸고 있다. 아마도 그 메달이 그의 마지막 남은 과거의 영광일 것이다. 인목은 강제 퇴거 당했고 갈 곳이 없어 다리 밑에서 폐지를 깔고 숙식을 시작한다. 인목의 주변에는 폐지 줍는 노인과 어리숙하지만 착한 기동, 방황하는 소녀 서연이 있다. 인목은 이들의 정겨운 보호자가 되기도 하지만 교활한 착취자가 되기도 하면서 선악의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