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시네마
프롤로고스<프롤로고스>는 관객의 이해를 위한 친절한 해설 대신 우아한 이미지의 장관을 펼쳐놓는다. 실재와 허상, 기억과 일상,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가운데 감독은 그 연결 고리들을 잡아채고 매혹적으로 연결한다. 카메라로 기록되는 그의 시선은 항상 그림자를 쫓고 있다. 렌즈를 통해 포착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실재를 보여주고자 하나, 결과물은 필연적으로 실재가 아니라 그 잔재일 뿐이다. 영화는 완결된 내러티브의 부재 속에서...
월드 시네마
프리즌 77프랑코가 사망한 지 몇 달 후인 1977년, 바르셀로나의 라 모델로 감옥. 6년에서 8년 형을 선고받은 젊은 회계사 마누엘은 사면 요청을 목적으로 노조를 결성한 재소자 집단에 합류한다. 이 자유를 위한 투쟁은 곧 스페인 교도소의 시스템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살인의 늪>(2014)의 알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의 <프리즌 77>은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최근에 만들어진 감옥 영화 중 가장 돋보이는 ...
아시아영화의 창
플랜 75<플랜 75>의 설정은 일본 사회가 직면한 하나의 문제를 제기한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노인 인구가 너무 많아지자 일본 정부는 ‘플랜 75’라는 정책을 시행한다. 75세 이상 노인의 경우, 국가가 나서 안락사를 권장하는 것이다. 의료비와 사회보장 지출 등 노인을 부양하는 비용은 증가하지만 그들이 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이런 정책을 가능하게 만든다. TV에선 안락사를 선택해서 행복하다는 증언...
월드 시네마
플럭스 고메시골의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건물에 ‘소닉 케이터링’이라는 이상한 예술가 그룹이 거주하고 있다. 음식을 만들 때 나오는 여러 가지 소리를 취합해 일종의 예술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는 이 그룹은, 총 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 엘르, 그런 그녀에게 항상 휘둘려 다니는 라미나, 그리고 공연에 필요한 여러 잡다한 일을 맡고 있는 남자 빌리. 하지만 깐깐하기만 한 엘...
온 스크린
피의 저주스물 네살의 ‘울란’은 완벽한 밀레니얼 여성이다. 아름답고 지적이고 커리어에서도 승승장구한다. 언제나 그녀를 지지하는 든든한 부모님과 고등학교에서 우수 학생인 남동생까지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에게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암울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집에서 죽은 사향 고양이가 발견되고, 더러운 구더기가 나타나고,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머리카락 덩어리가 배수구를 ...
아이콘
피터 본 칸트유명 영화감독 피터 본 칸트는 그의 말이라면 죽는시늉까지 마다하지 않는 어시스턴트 칼과 함께 살고 있다. 오랫동안 감독의 뮤즈였던 여배우 시도니(이자벨 아자니)는 어느 날 피터에게 아미르라는 청년을 소개한다. 그에게 첫눈에 반한 피터는 아미르에게 영화계의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화제가 된 <피터 본 칸트>는 프랑수와 오종이 37세에 요절한 독일의 천재 감독 ...
플래시 포워드
피해자는 누구인가싱글맘 이리나는 아들 이고르가 습격 당했다는 소식에 서둘러 마을로 돌아온다. 이고르는 범인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분별력을 잃은 아리나는 양심의 소리를 외면한 채 진상 규명을 외친다. 범인으로 지목된 로마니인(집시족)에 대한 혐오는 어느새 네오 나치 운동으로 변질되어 작은 마을을 뒤덮는다. 미할 블라스코의 장편 데뷔작에서 기시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편견과 차별에 기인한 군중심리와 섣부른 판단에 얼...
개폐막작
한 남자2018년 요미우리문학상을 받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츠마부키 사토시, 안도 사쿠라, 구보타 마사타카 등이 출연하며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2016)으로 주목받은 이시카와 케이 감독이 연출했다. 이혼하고 아이와 함께 고향에 내려와 살던 리에(안도 사쿠라)는 다이스케(구보타 마사타카)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을 빠진다. 성실하고 착한 남편과 아이도 낳고 행복한 생활을 하던 어느 날...
한국영화의 오늘
한산: 용의 출현<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 <한산>, <노량>으로 이어지는 ‘이순신 삼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명량>(2013)의 김한민 감독이 8년 만에 들고 돌아온 이 영화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592년 임진왜란 발발 후 조선의 명운을 바꾼 한산대첩을 조망한다. 김한민 감독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영웅을 생생하기 되살리기 위해 이순신 장군이 치렀던 위대한 전투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취했다....
특별기획 프로그램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1995년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온 아휘와 보영은 헤어짐과 재회를 거듭한다. 서로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다가도, 서로를 견딜 수 없어 괴롭다. 이 사랑이 변할까 두렵다가도, 이 관계가 지속될까 겁난다. 왕가위의 영원한 페르소나 양조위와 장국영이 사랑에 상처 입은 가련한 영혼 아휘와 보영이 돼 절절한 마음의 동선을 그려간다. 왕가위가 바라보는 사랑의 속성이 그러하듯 이들 마음은 어긋나고,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