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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N.인종차별적 비방에 격분한 마티아스는 동료를 때려눕히고 야반도주한다. 고향에 돌아온 그는 옛 연인 칠러와 재회하는데, 칠러가 일하는 빵 공장은 최저임금으로 주민 고용이 어려워지자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오기 시작한다. 어느새 작은 마을은 적대감과 분열로 들썩거린다. 트란실바니아의 아름다운 산기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크리스티안 문쥬의 최신작은 거대한 모자이크 같다. 긴 시간 인내심을 갖고 작은 조각들을 맞춰야 소름 ...
와이드 앵글
10월의 이름들1979년 10월 16일, 부산대 학생들이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 철폐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그게 시작이었다. 항쟁의 열기는 들불처럼 퍼져 5일간 지속되었고, 또 그만큼 신속하고 가혹하게 진압되었다. 그리고 6일 뒤,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고 유신체제는 무너진다. <10월의 이름들>은 한국 현대사에서 덜 조명된 ′부마민주항쟁′의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 항쟁에 참여했던 이들의 기억을 불러낸다. 당시 대학생,...
와이드 앵글
2020년의 비<2020년의 비>는 미얀마의 옥 광산에서 일하는 젊은 가장 아티안과 그 가족의 고된 삶을 7년간 기록한 작품이다. 리용차오 감독의 친동생이기도 한 아티안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장마철 때마다 집안을 진흙탕으로 만드는 폭우이며, 또 하나는 수백 명이 사망한 광산 붕괴 사고, 마지막은 코로나다. 안정적인 일상은커녕 목숨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족들은 종종 지친 표정을 짓고, 그때...
와이드 앵글
206: 사라지지 않는2005년 국가기구로 출범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해체되고 나자 정부가 못다 한 임무를 완수하려는 시민단체와 유족이 모여 2014년 ′한국 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을 꾸린다. <206: 사라지지 않는>은 공동조사단의 유해발굴 현장을 3년간 촬영한, 햇볕과 흙먼지와 땀의 기록이다. 영화는 할머니에게 보내는 감독의 편지로 시작된다. 한국전쟁기에 경찰에 끌려가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10...
아시아영화의 창
24한참 두 남자의 정사가 이뤄지는 어느 침실. 느닷없이 음향기사가 등장한다. 그는 싱가포르의 실내외를 돌아다니면서 주의 깊게 소리를 녹음하고 있다. 청명한 날씨의 정적인 낮과 밤 사이엔 각종 상상을 자극하는 소리들이 섞여있다. 도시의 온갖 소음과 대비되는 숲 속의 풀벌레와 바람 소리. 그 와중에도 스물네 곳 거의 모든 곳에서 누군가는 일을 하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다. 기쁨, 설레임, 흥분부터 ...
플래시 포워드
6번 칸모스크바에서 학업을 마치고 연인과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한 핀란드 유학생 라우라는 고대 암각화 유적지를 방문하기 위해 무르만스크 행 열차에 탑승한다. 6번 칸을 함께 차지한 료하는 보드카에 취해 무례한 발언을 일삼는 러시아 광부로, 북극을 향해 달리는 동행 속에서 두 사람은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법을 깨우치게 된다. 둘의 대화는 썸타기는 커녕 줄다리기에 가깝고, 그들의 관계는 로맨스보다는 동...
특별기획 프로그램
가버나움폭력범으로 복역 중인 레바논의 한 소년이 부모를 고소했다. 고소 사유는 ′나를 태어나게 했다′는 것. 부모조차 생년월일을 모르는 소년 자인에게는 동생들이 아주 많다. 아끼는 여동생 사히르가 초경을 하자마자 집주인에게 집세 대신 아내로 팔려가는 것을 참지 못해 자인은 집을 나왔고, 에티오피아 출신 미혼모 라힐을 만난다. 라힐은 불법체류자로, 한 살배기 아들 요나스를 몰래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라힐이 돌아오...
월드 시네마
가택연금"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다. 대학교수 다비트는 시장의 부정부패를 풍자하는 캐리커쳐를 그렸다가 도리어 횡령으로 고발당해 가택연금에 처하게 된다. 우리 엄마와 우리 고향 사람들이 모두 자랑스러워하는, 6개 국어를 구사하는 지성인으로, 떳떳함과 결백함을 주장하며 골리앗에 무릎 꿇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다비트는 싸움이 길어지면서 점점 망가지는 아파트처럼 건강이 피폐해지고 가족들까지 위협에 노출된다. 극이 ...
뉴 커런츠
감독은 부재중커트를 나누지 않고 완성한 장편영화하면 우선 <1917>(2019)이 떠오른다. 전쟁의 현장감을 증폭시키기 위해 <1917>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테이크로 이어진다. 실제 촬영은 나눠서 찍더라도 완성된 영화에는 이음새가 노출되지 않는 방식이다. <감독은 부재중>도 하나의 롱 테이크로 이어진 영화다. 전쟁영화가 아니지만, 이 같은 방식을 통해 현장의 생동감을 살리고 관객의 몰입도를 증가시킨다. 특히 과거와 ...
아시아영화의 창
강변의 무코리타작은 어촌 마을에 다케시라는 이름의 청년이 도착한다. 오징어 통조림을 만드는 공장에 취직하고 공장 사장의 소개로 낡고 오래된 공동주택에 입주도 한다. 다케시의 무료한 일상은 이웃 남자 고조의 방문으로 흔들린다. 목욕을 하겠다며 다짜고짜 다케시의 집으로 쳐들어온다. 다케시는 마지못해 고조의 이웃으로 사는 법을 익히지만, 이번엔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이 그의 일상을 뒤흔든다. <카모메 식당>(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