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영화의 창
구름 위에 살다사고로 부모를 한꺼번에 여읜 나오미는 49제 즈음 큰아빠 부부가 제공한 고급 아파트로 이사한다. 도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새집에서 나오미는 유일한 가족인 고양이 ‘하루’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나오미는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인으로 일하는데, 어느 날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톱스타 토기토 모리노리와 마주친다. 대형 광고판 위의‘이미지’로 살아가는 토기토와 이삿짐도 풀지 않은 채 아파트 39층에 구름처...
와이드 앵글
구름은 아직도 저기에독실한 크리스찬인 샤오러는 곧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를 개종하는 것이 구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도교가정에서 어머니는 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박성호)
와이드 앵글
군산전기이방인의 도시 군산. 불과 몇 백 명의 주민만이 살았던 어촌 마을은 일제강점기 시절 쌀 수탈을 위해 개항되며 전국의 노동자들이 모여 들었고, 해방 이후엔 미군이 들어오고, 근래엔 대기업의 공장이 들어섰다 폐쇄되고 국가사업이 진행되며, 부흥과 쇠락을 거듭해 왔다. 그때마다 유입되었던 사람들은 다시 떠나거나 그대로 남아 이방인의 도시를 이루었고, 부흥과 쇠락의 잔해들은 현재 군산의 지형과 경관을 만들었다. 영화의...
월드 시네마
그 가족의 비밀대를 이어 상류층 집안의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루즈밀라와 페타 자매는 사모님들의 까다로운 성미를 맞출 줄 알고, 자식들의 개인사까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고, 사실상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어느 날, 두 집안의 가족이 전부 모인 가운데 수십 년간 숨겨둔 비밀이 드러나고, 평온하고 완벽해 보이던 일상에 균열이 생기면서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 기능에 기대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그...
월드 시네마
그녀는 내일 죽는다올해 온라인으로 개최된 SXSW에서 화제가 된 영화. 에이미는 내일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이미는 두려움에 떨며 자신이 죽을 거라는 사실을 친구 제인에게 알린다. 어찌된 일인지 이번엔 죽음의 공포가 제인을 엄습한다. 집으로 돌아온 제인은 생일파티를 하고 있는 동생 부부와 친구들에게 자신이 내일 죽을 거라고 말한다. 간단한 줄거리만으로 연상할 수 있듯 이 영화는 일본영화 <링>처럼 죽음이 전염되는 과...
한국영화의 오늘
그대 너머에평범하게 생긴 남자와 여자, 흔한 주택가의 골목길, 그리고 개미 한 마리만 있으면 불가사의한 무한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박홍민 감독 영화의 비범한 특징이며 그의 신작 <그대 너머에>의 매력이다. 기억과 시간에 관한 켜켜이 접혀 있는 주름들이 예측 불가한 짜릿함을 안기며 접히고 펼쳐지기를 반복한다. 마법은 영화가 시작된 뒤 50여 분 정도 지나 본격적으로 일어난다. 이즈음까지 영화는 앞으로 벌어질 기이한 일들...
아시아영화의 창
그래, 혼자서 간다모모코는 도쿄 교외에서 혼자 사는 75세의 할머니이다. 스무 살 때, 정략결혼을 피해 도쿄로 도망친 이후 지난 55년 동안 모모코는 가족을 이루고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이제 남편과 단 둘만의 고요한 노년을 꿈꾸던 중 갑작스럽게 남편이 사망하면서 혼자가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모코에게는 세 명의 동반자가 생겼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기억과 현실이 교차하며, 모모코의 일상은 다시 분주해진다. 63세에 ...
한국영화의 오늘
기쁜 우리 여름날오래된 연인 찬희와 세영은 힘겨운 삶 속에서 묘한 권태기에 접어든다. 찬희는 사진작가가 되기를 희망했으나 지금은 카메라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고, 세영은 별다른 희망없이 네일샵에서 매일을 보내고 있다. 찬희보다는 훨씬 좋은 재력과 직장을 지닌 한 남자가 최근 세영에게 관심을 보이고 세영 역시 그에게 호의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찬희는 세영의 마음을 돌리고 자신들의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 여행 계획을 세운다. 하지...
오픈 시네마
끈올해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인 다니엘레 루체티의 <끈>은 별거와 이혼 후에도 헤어지지 못하는 한 커플의 삼십 년을 담는다. 대체 무엇이 서로 원망만 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지속하게 할까? 다니엘레 루체티는 로마와 나폴리, 현재와 과거를 끊임없이 넘나들면서 이 은밀한 이야기를 기교있고 박진감 넘치게 전개한다. 황폐한 집, 고양이, 비밀 상자… 미스터리는 예측 밖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감...
플래시 포워드
나디아, 나빌레라수영선수 출신의 감독이 연출하고 올림픽 메달리스트 경력의 수영선수가 주인공을 연기했지만 <나디아, 나빌레라>는 전형적인 스포츠 드라마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이 섬세한 성장드라마는 결코 명확한 결론이나 확신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은퇴의 기로에 선 나디아가 파티에서 술에 취하고, 노래방에서 왁자지껄 어울리고, 올림픽 선수촌에 배포된 콘돔을 사용하고, 목적없이 도쿄 시내 길거리를 배회하는 내내 관조적인 자세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