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영화의 창
마을로 가는 길네팔 동부 히말라야산맥 아랫마을에 사는 마일라는 대나무로 짠 물건을 만드는, 솜씨 좋은 장인이다. 마일라는 아내 마일리와 일곱 살 아들 빈드레와 함께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의 숙원이었던 도로가 건설되면서 조용하던 마을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텔레비전과 코카콜라, 그리고 힙합 음악을 비롯한 도시의 문물들이 차례로 들어오게 되면서, 사람들은 어느새 편리함을 좇아 삶의 태도를 바꾸기 ...
와이드 앵글
마이디어2027년, 청각장애가 있는 대학생 가을은 어플리케이션 ‘마이디어’를 소개받고 AI와의 대화에 푹 빠진다. 현실의 장애를 가뿐히 극복하는 어플 기능에다가 AI 남자는 연인처럼 다정하고 사려 깊다. 전도희 감독의 연기가 안정적인 영화적 리듬에 실려 공감을 배가시킨다. (강소원)
월드 시네마
마침내 새벽<마침내 새벽>은 미국 배우들이 페플럼(peplum)을 촬영하러 치네치타에 오던 1950년대 로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순진하고 맑은 주인공 미모사의 시선을 통해 사베리오 코스탄초 감독은 페데리코 펠리니의 <라 돌체 비타>(1960)의 세계로 다시 뛰어든다. 단역 배우 오디션을 보러 치네치타를 찾은 미모사가 우연히 미국 배우 그룹의 파티 초청을 수락하고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국영화의 오늘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엄마의 열성에 못 이겨 오늘도 학원 여러 개를 돌지만 그렇다고 딱히 아주 잘하는 것은 없는 우리의 피곤한 초등학생 어린이 동춘은 수련회장에서 막걸리 한 통을 줍고는 호기심에 집으로 가져온다. 그런데 익어가는 막걸리의 기포 소리가 단지 소리가 아니라 자신에게 거는 말이라는 사실을 동춘은 알게 된다. 이제 막걸리의 기포와 모스 부호와 페르시아어가 합쳐져 세계의 진실이 드러난다. 저 연결되지 않는 것들을 연결하는 ...
와이드 앵글
먼지가 되느니 재가 되리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알란 라우는 2019년 홍콩 민주화시위 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많은 것을 목격했고 낱낱이 촬영했고... 그리고 홍콩을 영영 떠났다. <먼지가 되느니 재가 되리>는 홍콩 시위를 중심으로 그의 4년간의 여정을 담은 회고록이다. 1인칭 보이스오버로 진행되는 영화는 숱한 자문과 읊조림으로 가득한데, 그 대부분은 죄책감과 관련이 있다. 유난히 폭력적이었던 현장에서 번번이 마주한 저널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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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의 즐거움 - 트와그로 가족다큐멘터리의 전설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은 마흔네 번째 작품 <메뉴의 즐거움- 트와그로 가족>에서 4대에 이어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트와그로 가족과 부르고뉴 지방의 프렌치 레스토랑 ‘르 브와 상 포이으’(잎이 없는 숲)을 조망한다. 거장은 미슐랭 쓰리스타에 빛나는 식당 내부나 이곳을 찾는 유명인, 완성된 음식을 찍는 대신, 요리가 손님의 테이블 위에 놓이기까지의 과정을 묵묵히 카메라에 담는다. 그날 사용할 식재...
월드 시네마
모든 것의 설명졸업 고사를 앞둔 아벨은 도무지 시험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아벨이 짝사랑하는 여학생 얀카는 교사 야캅을 짝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아벨과 얀카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야캅은 아벨의 부친과 정치적인 견해 차이로 불편한 사이다. 요아킴 트리에의 초기작을 떠올리게 하는 <모든 것의 설명>은 부다페스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 주간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양극화 사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축...
아시아영화의 창
모든 밤을 기억하다어느 봄날, 도쿄의 위성 도시인 다마에서 세 여성에게 일어난 일을 따라가는 이야기. 44세 치주는 옛 친구가 근처에 이사 왔으니 한번 놀러 오라는 엽서를 받는다. 다니던 기모노 가게를 그만두게 된 뒤 무직 상태인 치주는 취업 센터를 찾았다가 문득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는 걸 깨닫고 옛 친구의 집을 찾아 나선다. 33세 사나에는 가스 검침원으로 일하는데 실종된 치매 노인을 우연히 만나 노인의 집을 찾아주게 된다...
지석
모로필리핀 민다나오 서부의 마긴다나오 지역. 성실하게 살아가는 형 자심과 노름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있는 동생 압델이 있다. 어느 날 먼저 간 남편이 등장하는 불길한 꿈을 꾼 홀어머니는 두 아들을 화해시키려 노력한다. 지역 공동체의 도움으로 어렵게 가정의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곧 예상치 못한 정부군의 개입으로 지역 전체가 심각한 폭력 사태에 휘말리게 된다. 서로 공통점이 많다고 믿었던 낯익은 얼굴이야...
아시아영화의 창
모리슨미국인 아버지와 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지미는 팝스타의 화려함을 뒤로 하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를 감독하기 위해 유년 시절을 보낸 호텔을 찾는 지미. 정전과 누수가 일상이 된 낡은 호텔은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어느 날 한 중년 남성이 지미에게 자신을 소개하는데… 실제 태국계 미국인 뮤지션인 쭐라짝 짜끄라퐁(휴고)이 지미 역을, <그녀의 이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