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
반도전 세계에 K-좀비영화의 열풍을 일으켰던 <부산행>으로부터 4년 후 폐허가 된 한반도를 배경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산행>이 KTX라는 제한된 상황에서 부산까지 탈출하는 직진의 서사였다면, <반도>는 폐허가 된 서울 한복판에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 나오는 이야기다. 군인 출신인 정석(강동원)은 한반도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누나와 조카를 잃는다. 4년 뒤 죄책감에 그저 숨만 쉬고 살아가던 정석과 매형은...
와이드 앵글
반트럼프 투쟁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미국 사회의 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반트럼프 투쟁>은 그 혼란의 구체적 사례를 더욱 생생하게 포착하기 위해 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소속 변호사들의 ‘싸움’에 주목한다. 이들은 낙태 합법화, 트랜스젠더 인권, 어린이 난민 문제, 시민권 구성문제 ...
와이드 앵글
밤의 아이들아이 티를 벗지 못한 앳된 소년이 폭탄불발로 자살폭탄 테러에 실패한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는다. “터지기만 했다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거예요.” “그러길 바랬니?” “네, 언젠가 다시 돌아가 모두 죽이고, 자살할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소년의 입에서 태연히 흘러나온다. <밤의 아이들>의 주인공은 15세 미만의 다섯 소년병들이다. ISIS에 들어가 ‘분노의 폭탄’으로 길러진 이 아이들...
월드 시네마
베로니카유명 축구 선수의 아내 베로니카는 SNS 인플루언서를 꿈꾸고 있다. 팔로워 200만명을 돌파하면 유명 뷰티 브랜드의 홍보대사가 될 수 있고, 부부 관계도 다시 행복해질 것이고, 온종일 시끄럽게 울어대는 갓난아이도 사랑스러워질 것이고, 10년 전 죽은 딸 사건의 재조사도 해결될 것이다. 그러니 베로니카는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떠오르는 신성 마리아나 디 지롤라모는 <에마>에 이어 ...
월드 시네마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말리에서 온 불법 이민자 프란시스는 베를린에서 정직한 삶을 살려고 하지만 마약상 하인홀드와의 만남은 그를 불행의 소용돌이로 이끈다.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사람에 관한 오디세이다. 나라, 사랑, 그리고 심지어 몸까지도. 파스빈더 감독의 걸작 이후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을 영화화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부르한 쿠르바니 감독은 알프레드 되블린의 소설을 완벽하게 현대적으로 각색한다...
월드 시네마
붉은 땅간호사 누르는 아버지가 일하는 화학 공장으로 이직하게 된다. 회사는 노동자의 건강과 지역 사회의 안전을 무릅쓰고 독성 폐기물을 방출해 왔는데, 그녀는 진실 앞에서 갈등한다. <붉은 땅>은 진실과 사회 시스템이 충돌할 때 미디어로서 영화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예다. 환경 보호는 자명한 명제지만, 가족이라는 끈과 직장이 제공하는 생존의 조건을 무시하기란 힘들다. 거기에 고용 안정과 지역경제, 정치적...
월드 시네마
비기닝여호와의 증인 교회에서 예배 중에 테러가 일어난다. 누군가 교회 안에 화염병을 던져 교회가 온통 불길에 휩싸인다. 테러의 배후를 파헤치려는 남편이 테러범들을 적발하려 하는 동안 아내는 상상하지 못한 공격을 받는다. 자신이 경찰이라고 밝히며 집안에 들어온 남자는 아내를 공포에 질리게 만들고 끔찍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아내는 남편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만 소용이 없다. 영화의 초반부에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
월드 시네마
비탄의 정글고대 마야 왕국의 전설이 살아있는 멕시코의 정글 속 고무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우연히 신비스러운 여성을 구출하게 된다. 아그네스는 백인 농장주와의 결혼을 피해 도망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를 바라보는 노동자들의 눈에는 열기와 욕망이 차오르고, 무법지대 정글 속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구원이 아닌 약탈일 뿐이다. 여성 감독 율레네 올라이졸라의 네번째 장편 극영화 <비탄의 정글>에서 싱싱한 초록 ...
한국영화의 오늘
빛나는 순간제주도는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선망의 섬이지만, 우리는 이곳에 깊은 아픔 또한 서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못한다. 오래전 이곳에선 이데올로기의 망령에 의해 무구한 주민들이 학살당했고, 몇 년 전엔 많은 이들이 이 아름다운 섬에 도착하지 못한 채 우리의 가슴에 묻혔다. <빛나는 순간>은 최고의 해녀 진옥(고두심)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려 제주도를 찾은 경훈(지현우)의 귀여운 분투로 시작해 어느새, 깊은 ...
한국영화의 오늘
사냥의 시간소년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10년 <파수꾼>으로 한국독립영화의 한 경향을 이끌었던 윤성현 감독은 10년만의 신작 <사냥의 시간>을 통해 이 땅에 더 이상 발붙일 곳 없는 청년들의 범죄 탈출극을 그린다. 근 미래의 한국, 준석(이제훈)과 친구들은 희망이 없는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도박장을 털기로 한다. 이들의 무모한 계획은 처음엔 성공하지만 곧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조직의 킬러 한(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