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영화의 창
이정표주인공 갈립은 트럭운전사인데, 트럭을 운전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카메라가 시각적으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갈릭이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에 열중하는 상반신 클로즈업이다. 트럭운전사라는 직업이 의미하듯이 그는 ‘길 위의 인간’이고, 집이 필요 없으며, 집에 대한 애정도 별로 없다.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느끼는 등의 통증은 낡은 타이어가 장착된 오래된 트럭 바퀴가 비포장 도로에서 힘겹게 굴러가는 롱테이크로 시...
와이드 앵글
이주선지구에 또다시 빙하기가 도래한다. 사람들은 ‘이주선’을 타고 새로운 행성으로 하나둘 떠났다. 윤하는 엄마의 유언을 이행한 뒤 마지막 이주선에 탑승할 예정이다. 그런데 죽었다던 아빠가 살아 있는 걸 알게 된다. <더 로드>를 연상시키는, 특수효과 하나 없는 SF 디스토피아. (강소원)
한국영화의 오늘
인간증명근 미래의 어느 날, 혜라(문소리)는 십 대 아들 영인(장유상)을 의문의 차량사고로 잃었다. 혜라는 아들의 남은 뇌 일부를 인공지능과 결합하여 그를 다시 소생시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점점 이상함을 느낀다. 인공지능이 아들의 존재를 완전히 소멸시킨 뒤 살아 있는 진짜 아들인 척 행세하고 있다고, 그녀는 의심하게 된다. 신예 김의석 감독은 비범한 데뷔작 <죄 많은 소녀>에서 첨예하고 복잡한 사건에 관한 집요...
월드 시네마
일과 나날 (시오타니 계곡의 시오지리 다요코의)“농사에서 첫번째 법칙은 쉬운 방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땅은 당신의 노력을 요구한다.” 이 영화는 일본 교토현 시오타니 계곡에 사는 시오지리 다요코라는 여자가 농사를 짓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앵커리지>(2009)로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수상한 C.W.원터와 안더스 에드스트롬 감독이 공동연출한 영화로 올해 베를린영화제에 신설된 엔카운터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시오타니 계곡은 인구 47명의 산골마을로 두...
아시아영화의 창
잔혹한 도축장얼마 전 프랑스에서 추방당한 아미르는 이란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장 변변한 직업이 없다. 항상 불만이 많은 아버지와 사이가 좋을 수 없지만 아버지의 집에 얹혀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일하는 도살장의 냉동창고에서 시신 여러 구가 발견되고 아버지는 억울하게 누명을 쓸 처지가 된다. 아들은 진범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아버지를 도와 시신들을 은폐한다. 하지만 실종된 아버지를 찾는...
와이드 앵글
재춘언니기타 공장에서 30년 간 일하고 느닷없이 정리해고되어 거리의 천막 농성장에서 10여년의 세월을 보낸 임재춘 씨. 이수정 감독은 그를 ‘재춘 언니’라 부른다. 복직 투쟁 연력도 10년 쯤 되니 이제는 연극도 하고 농성천막에서 글도 쓰고 기타 연주하며 노래도 부르게 되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원래 소심하고 내성적인” 재춘씨는 “정리해고 7년 만에 성격의 변화가 와서” 이제는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활달한 사람이 되...
월드 시네마
전원, 승차!8월의 저녁. 파리. 펠릭스와 알마는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하지만 동갑내기인 그들이 속한 세계는 너무 다르다. <토네르>, <7월 이야기>, <보물섬>과 같은 작품으로 프랑스의 중요한 독립예술 영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기욤 브락의 신작이다. 가족들과 남프랑스로 휴가를 떠나버린 알마에게 깜짝 선물을 할 계획으로, 펠릭스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친구와 함께 남프랑스로 향한다. 얻어탄 차가 고장이 나는 ...
개폐막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지체장애인인 조제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며, 미처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살아간다. 해양생물학을 전공하며 유학을 준비 중인 츠네오는 바다를 사랑하는 대학생으로 조제와 비슷한 또래이다. 조제를 온실 속 화초처럼 키워온 할머니는 츠네오를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여 조제를 일정 시간 돌보게 한다. 조제는 할머니의 눈을 피해, 혹은 할머니의 묵인하에, 츠네오와 함께 바깥나들이를 ...
와이드 앵글
조지아병들고 가난한 부부가 딸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나선다. 가해자를 밝히지도 못한 채 졸속으로 마무리된 딸의 자살 사건에 경찰이 재조사를 거부하자 컴맹 부부는 재수사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직접 제작하기로 한다. 남다른 감성으로 쌓아올린 통렬한 비극. (강소원)
한국영화의 오늘
종착역중학교 1학년 같은 반 친구인 네 명의 소녀들은 사진반 동아리원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선생님은 구식 일회용 필름 카메라 한 대 씩을 나눠 주며 사진을 찍어오라고 방학 숙제를 내준다. 주제는 ‘세상의 끝’이다. 세상의 끝? 그건 어디인가? 뭘 찍어야 하나? 소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그러다 한 친구의 제안으로 1호선 전철의 종착지인 신창역까지 가보기로 한다. 여기가 이 아이들의 세상의 끝이다. 아이들은 전철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