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폐허된 조국을 재건하는데 참여하고자 했던 주인공 롱은 자본주의 사상에 물들어있다는 이유로 재교육 수용소에 갇혀서 짐승같은 삶을 이어가야 했다. 그러나 모친, 아내 마이, 아들 라이 등 가족은 보트피플로 가까스로 탈출한 뒤에 미국에 최하층 빈민으로 정착한다. 미국에서 라이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가 거의 기적적인 루트를 통해 롱에게 전해진다. 아빠의 얼굴을 그린 그 편지에서 라이는 다시 만날 때 이 편지를 꼭 자기에게 돌려달라고 쓴다. 오로지 아들과 가족들을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 하나로 생지옥 같은 재교육 수용소 생활을 버티어나가던 롱은 드디어 탈출을 감행하다 마지막 순간에 목숨을 잃는다. 아들에게 전해져야할 편지는 강물에 휴지로 산산히 흩어져 떠내려가버린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베트남 전쟁 난민 제1세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의 질곡들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렀는가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극영화가 주는 강렬한 서사의 윤곽선 때문에 빛나는 미장센의 힘이 소슬해진 것이 아쉽게 느껴지지만 베트남 보트피플 출신의 제2세 작가의 육체에 녹아있는 민족적 한의 정서가 생생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