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0여 년 동안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은 전쟁을 일상의 영역으로 확대시켰다. 그래서 마치 출근하듯 버스를 타고 전쟁터로 향하는 십 대 소년에게는 참전의 비장함 대신 늙은 버스 운전사를 귀찮게 만드는 수다뿐이다. 전쟁터에 도착한 소년은 38명의 포로를 버스에 태워 후방으로 수송하는 일을 맡는다. 버스 안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포로 관계는 역전되기를 거듭하고 영화는 촘촘히 밀도를 더한다. 표면적인 이란-이라크 전의 이유는 국경협정 위반이었지만, 아랍과 페르시아라는 인종/문화적 차이 및 이슬람교 종파의 차이는 전쟁 장기화의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비슷한 위협에 놓여 있는 두 국가는 영화 속에서 화해와 연대의 제스처를 보여준다. 개인이 아니라 체제의 선택에 의해 전쟁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감독은 징집되어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참여해야만 했던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과 소수의 악질 군인으로 버스의 인물들을 분류한다. 이 같은 감독의 관점은 이란-이라크 전쟁을 형제의 사소한 싸움쯤으로 묘사하며 갈등의 역사를 솜씨 있게 봉합해낸다. (옥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