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얌쿵 웨스턴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데뷔작 [블랙타이거의 눈물], 경쾌한 판타지적 상상력이 빛을 발했던 [시티즌 독]. 이 두 편의 영화로 태국 영화계의 주목 받는 감독으로 부각되었던 위싯 사사나티엥은 자신의 세 번째 영화 [보이지 않는]에서 보다 전통적인 영화 만들기 방식으로 돌아간다. [보이지 않는]은 1930년대 태국의 거대한 장원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공포를 다루고 있다. 행방불명이 된 남편을 찾아 시골에서 올라온 만삭의 임산부 누안잔은 거대한 장원에 잠시 몸을 의탁하게 된다. 하지만 아름다운 저택과 꽃들이 만발한 정원으로 이루어진 이 장원은 낯선 음산함으로 가득하다. 이 기괴함의 정점에 있는 인물은 이 장원의 주인마님인 란주안. 그녀는 자신의 침실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은 채 집사인 솜짓을 통해 이 장원을 지배하고, 누안잔의 불안감이 극한에 달한 순간 그녀는 아이를 낳게 된다. 이 기괴한 장원에서 누안잔이 직면하는 진실은 무엇일까? 그녀와 그녀의 아이는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까? 사사나티엥은 공포영화의 관습들을 다양하게 차용하고 결합하면서도 여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단순한 공포를 넘어서는 사랑과 슬픔 그리고 집착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김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