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은 4.19세대의 근대에 대한 감수성과 문학적 모더니즘 경향을 보여주는 작가로, [안개]는 그의 단편소설 [무진기행](1964)을 영화화한 것이다. 그러나 영화 [안개]는 플래쉬백의 주관적인 활용, 몽타쥬 구성, 사운드 등의 기법과 각색 과정의 수정을 통해 영화적 모더니즘에 다가간다. 근대화된 도시 서울의 성공한 중산층 남성 윤기준은 자신의 고향인 무진으로 짧은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기준의 의식을 따라 과거와 현재가 빈번하게 교차하는 편집양식을 통해 그가 느끼는 혼란을 형상화한다. 이것은 기준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하지만 어떤 성찰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그에게 근대의 경험이란 권태로운 일상의 반복뿐이거나, 무진의 안개처럼 정체를 파악하기 힘든 모호한 것이다. 따라서 [안개]는 근대적 주체의 파편화된 의식을 영화적 모더니즘 스타일로 표현함으로써 모더니즘 텍스트로 자리매김된다. (박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