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은 1967년 [안개]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던 김승옥의 각본과 윤정희, 신성일의 연기가 다시한번 김수용감독과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노처녀 은행원 이현주는 직장동료인 박선생과 동거를 한다. 그는 현주를 수시로 탐하지만, 만족은 주지 못하고 결혼도 할 생각이 없다. 1주일의 휴가동안, 그녀는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자신의 첫사랑을 손가락질했던 고향을 찾아가고, 자신의 육체만을 원하는 남자들로 가득 찬 밤거리를 헤맨다. 변해버린 현주를 찾기 위해 박은 결혼 신청을 하고, 함께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 탄다. 잠든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던 현주는 혼자 기차에서 내린다. [야행]은 현주의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그녀를 향한 뒤틀린 욕망을 엮어놓는다. 현주의 육체를 탐하는 남자들은 욕망만 있을 뿐 행동하지 못한다. 현주 역시 이 욕망의 그물 속에 갇혀있다. 그녀는 끊임없이 원하지만,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영화는 독재정권하에서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던 7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기력감과 목적의식의 상실을 현주의 “야행” 속에 새겨 넣는다. (조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