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앓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게 된 소년은 오래 전 헤어진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던 소년은 좀도둑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밤 소년이 방둑을 유령처럼 헤매는 형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가족의 은밀한 과거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네 번째 초상화>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소년을 보살펴주던 학교 청소부 할아버지는 소년에게 자존심을 지키고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싸울 것을 가르치지만 가난과 폭력으로 물들은 현실은 탈출이 불가능해 보이는 감옥처럼 소년을 조여온다. 그러나 현실의 감옥은 소년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족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와 형의 실종에 연루된 양아버지 역시 죄책감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현실은 뜨거운 냄비 속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개구리의 운명처럼 잔인하고 가혹하게 가족을 짓누른다. 영화는 냉정하리만치 담담하게 이들의 삶을 지켜본다. (조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