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우강호>는 매우 테크니컬하게 완성된 와이어 액션의 묘미, 초현실적 기운을 화면에 불어넣는 효과를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를 명나라 시대의 무협버전으로 옮긴 듯한 착상도 재미있다. 영화 중반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묘사하는 대목의 어이없을 만큼 순진한 감상주의는 거의 애교 수준으로 보일 정도다. 하지만 냉정하게 적을 응징해야 하는 무사로서의 직분과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해야 하는 연인으로서의 절박함을 연기하는 정우성과 양자경의 매력은 근사하다. 정우성은 이 영화로 다시 한번 우월한 그의 신체적 조건의 매력을 입증해 보인다. 몸으로 보여주는 연기가 자아내는 호쾌함과 우아함이 역할과 잘 맞아떨어진다. 양자경은 그녀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여전히 소녀처럼 보이며 액션에 힘이 실려 있다. 옳은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무사의 의협정신이라는 고전적인 무협영화의 주제를 채택하면서도 훨씬 로맨티시즘을 강화한 이 영화는 아마도 정우성, 양자경의 대표작이 될지도 모른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