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떠났던 아잠이 돌아온다. 아잠은 어린 시절 친구였던 알리와 그의 아내 미나와 함께 해변가에서 밤을 지새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그리고 장난 삼아 바닷물로 들어간 아잠은 사라져 버린다. <여름이 없었던 해>는 마을로 돌아온 아잠과 알리의 재회를 그리는 현재와 아잠이 마을을 떠났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두 이야기는 서로 분리되어 있으며 동시에 맞물려 있다. 신비한 모래를 발견한 어부에 대한 이야기, 아름답게 치장된 과거에 대한 이야기로 엮어진 현재의 이야기는 캄캄한 밤을 배경으로 신비롭고 초현실적이다. 그러나 가난과 폭력으로 점철된 과거의 이야기는 눈물겹도록 현실적이다. 이 두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것은 아잠과 알리의 끈끈한 우정이다. 홀연히 사라지고, 어느 날 신기루처럼 나타난 아잠과 친구를 떠나 보내고 떠난 친구를 묵묵히 기다리는 알리와의 관계는 기다림과 돌아옴으로 이어지는 어부의 전설과 다시 만나며 끊임없는 이야기의 반복을 예고한다. (조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