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해가는 탄광촌이 있다. 광부들의 하루 할당량은 늘어가고 임금은 줄어만 간다. 안전시설 역시 낙후되었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광부들은 머물기 보다는 떠나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마을 역시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은 모두 떠나고 노인과 어린이들만 남아있다. 마을은 점점 황폐해져 간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주변에서는 쉼 없는 개발이 이루어지고, 탄광촌의 주민 역시 이주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주민들에겐 특별한 의미가 없다. <새로 지은 성>은 이야기의 호흡이 느리다. 그리고 획일적인 개발과 개인과 지역사회의 희생을 다루는 대부분의 다큐와 같은 비판적이거나 공격적인 태도는 찾아 볼 수 없다. 카메라는 묵묵하게 생계를 걱정하는 노동자들과 주민들의 일상을 따라간다. 그렇게 천천히 그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이 기록영화는 극영화의 힘과 감동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마을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획일적으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로 대치될 때 ‘새로 지은 성’이 약속하는 미래는 신기루처럼 다가온다. (조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