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아카데미가 창작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삼년 째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애니메이션 인력에 대한 인프라는 충분하지만 그에 걸맞는 산업적인 구조나 작품이 부재한 한국의 현실에서 <집>은 한국애니메이션의 가능성과 집단창작의 유용성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집>은 서울 도심의 아파트와 주변부의 초라한 주거환경을 대비시키면서, 집에 사는 신들이 몰락하게 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 가영과 집에 사는 신들이 벌이는 모험은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인 동시에 애니메이션을 통한 계몽의 효과이기도 하다. 물론, 아주 새롭거나 섬세한 스타일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깊이 있는 드라마를 구현하지도 못하는 탓에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따르기는 하지만 다섯 명의 애니메이션의 감독들은 각자의 역할을 통해 애니메이션적인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그것은 공동창작이 보여줄 수 있는 힘이자 집단적 상상력이 제공하는 즐거움이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