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파괴된 체첸시를 배경으로 실종된 한 남자의 가족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성찰한 수작. 2006-2009년을 배경으로 하며, 테러리즘 타도라는 명목 하에 군부에 의해 납치된 뒤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이들을 다룬다. 이 영화에서 내용의 충실성은 그것을 연출하는 형식의 섬세함에 의해 더욱 강한 임팩트를 준다. 고문의 자취가 배어있는 옛 감옥을 방문하는 시퀀스는 이를 입증하는 뛰어난 장면이다. 또한 실종된 가족을 기다리는 정지된 시간들과 무언의 장면들은 깊은 슬픔을 담는 효과적 형식이다. 침체의 분위기를 살리는 실내장면들과 고정 쇼트들도 돋보인다. 바르자크란 정지의 순간이자 경계의 순간이다. 생사의 기로에 선 실종된 자들의 처지이자 사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경계에 선 가족들의 상황이기도 하다. 바르자크는 일단 들어서면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다. 지금까지 체첸에서 실종된 6천 명 이상의 운명이기도 하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