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혁명이 절정으로 치닫던 1975년, 11살 난 왕한의 가장 큰 고민은 전교생의 앞에서 체조를 선보이게 된 자신이 입을 새로운 셔츠이다. 어머니를 졸라 기어이 새로운 셔츠를 얻어내지만 운 나쁘게도 마을 뒷산에 숨어든 부상당한 살인자에게 셔츠를 뺏기고 만다. 영화는 왕한의 셔츠 되찾기에 관한 고군분투와 함께 그들 마을에 불어 닥치고 있던 이상한 기운을 11살 난 왕한의 눈높이로 그려낸다. 때문에 문화혁명이나 홍위병, 천안문 사태 등의 거대한 역사적 이벤트는 왕한에게 있어 어른들의 수근거림 속에서나 겨우 들을 수 있는 어른들의 세계일 뿐이다. 어른들의 세계는 알기 힘들지만 계속해서 알고 싶은 매력적인 것으로 이는 마치 왕한이 처음으로 몽정을 경험하게 된 동네 누나의 뒷모습처럼 아련하고 아쉬운 존재이다. 왕한은 우여곡절 끝에 약속대로 셔츠를 되돌려 받지만 더 이상 동네 누나를 볼 수 없게 된다. 왕한은 이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까? 시대가 주는 이상한 기운과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광기어린 청년들의 열정이 왕한이라는 소년의 호기심 어린 눈빛 속에서 빛을 발한다. <북경자전거>(2001)로 널리 알려진 감독 왕 샤오슈아이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박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