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만 다섯인 딸부자집 막내 딸의 약혼식 준비는 정신이 없다. 오랜만에 모인 자매들은 농담을 주고 받거나 신세한탄으로 수다를 떨며 함께 연회 음식을 하나씩 준비한다. 대가족답게 그 수도 많은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고 여기저기 뛰어다니지만, 언제나 넘치는 활력으로 약혼식 준비에 생동감을 더한다. 식구가 많기에 더더욱 소소한 사연들이 삶을 여러 겹 덧칠할 수 밖에 없지만, 축제를 위한 준비에 모두가 들떠있다. 하지만 각설탕 때문에 갑작스런 죽음이 찾아온다. 일순간 약혼식은 장례식으로 변하고, 흥겨웠던 이들은 큰 슬픔에 잠기게 된다. 감독 레자 미르카리미는 지금까지 종교관에서부터 개인의 가정사까지 인간의 운명에 대해 고찰해왔다. 여섯 번째 장편영화에서 그는 곧 태어날 생명에서부터 자라나는 생명, 성숙해져 가는 생명과 꺼져가는 생명까지 풍부한 스펙트럼을 소화하고 있다. 한 가족의 일상의 단면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시선 속에는 종교와 이념, 사회관을 뛰어넘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