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출신으로 상하이에 올라와 식당의 보조요리사로 근무하는 구오강과, 가족들과 떨어져 고산에 홀로 기거하며 순록을 기르는 구오강의 형, 구오강이 근무하는 식당 사장의 아들이자 파리에서 유학하고 있는 루 하오 등‘ 여기’를 떠나‘ 저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세 명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세 사람은 뜻한 바 있어 집을 떠나와 사는 중이지만 그곳의 삶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구오강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순식간에 그 사람을 잃고, 루 하오는 파리에서 불한당들의 습격을 받지만 적으로 생각했던 집주인 아저씨로부터 의외의 위안을 받게 되고, 구오강의 형은 이런저런 위기들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결국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의 순간,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돌아올 것이다. 언뜻 사소하지만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큰 선택의 순간으로 남을 그 시간들을 그들은 묵묵히 견뎌낸다. 구오강의 형이 산에 홀로 남고, 구오강이 상하이 동방명주에 올라가 그녀와 함께 찍은 휴대전화 사진을 보는 동안 묘하게 희망적인 기운이 그들을 감돈다. 오늘의 현실을 담담히 맞선 자에게 찾아오는 가장 큰 기적, 바로‘ 내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이다. (박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