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는 1200만이 넘는 어린이들이 노동에 종사한다. <스탠리의 도시락>은 이 삭막한 현실을 무겁지 않게 이야기한다. 스탠리는 늘 도시락을 싸오지 않는다. 유난히 아이들의 도시락에 집착하는 베르마 선생님은 도시락을 싸오지 않는 스탠리로 하여금 등교를 못하게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로지 선생님은 베르마 선생님을 비난하고, 베르마 선생님은 학교를 떠난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도 왜 스탠리가 도시락을 싸오지 않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밝혀진다. 거기에는 노동에 내몰리는 어린이들이 넘쳐나는 인도의 사회적 현실이 있다. 베르마 선생 역을 맡아 출연도 하고 있는 아몰 굽트 감독은 이러한 인도의 어두운 현실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는다. 괴팍한 성격의 베르마 선생님과 스탠리 사이의 미묘한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다가, 마무리 부분에 가서야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밝힌다. 어린이영화와 사회파 영화 사이의 중간적 지점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스탠리의 도시락>은 특이한 작품이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