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창 가수 ‘페페’는 30여 년간 록 가수 ‘조이 스미스’를 모방하며 살아왔다. 비록 싸구려 술집에서 점점 녹슬어가는 실력으로 노래를 부르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지만 마음만은 록 정신이 살아있는 셀러브리티다. 하지만 그의 태도와는 반대로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그를 폐품 취급하며 알아주지 않고 때론 귀찮아한다. 심지어 세세한 앨범 내역까지 외우고 있는 그의 흠모의 대상인 조이 스미스마저 그를 반쯤 투명인간 취급하며 무시한다. 하지만 페페는 오리지널 가수도 만들지 못한 사랑 노래를 들려주겠다며 의기양양하다. 말레이시아의 신예 브래들리 리우 감독은 실제 70년대 필리핀의 전설적인 록커 ‘조이 스미스’를 그 자신과 모창 가수로 섭외해서 사라지는 것과 영원히 남는 것에 대한 사색을 첫 장편 데뷔작에 담았다. 예술을 추구하는 고집스러운 삶은 항상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록 겉으로 드러난 부와 영예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의미는 이미 충분하다고 항변하는 듯하다. (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