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시인이자 활동가인 위지 투쿨은 공장 노동자들이 데모를 일으키는 데 가담하다 개머리판에 한쪽 눈을 실명하게 된다. 그리고 민주항쟁당에 대한 전국적인 탄압을 피해 자바섬을 떠나 보루네오섬으로 숨는다.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몸은 작은 마을로 피신했지만 마음은 아내와 두 자식이 남아있는 솔로시를 떠나지 못한다. 친구들이 한 명, 한 명 붙잡힌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투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이다. 그는 결국 위험을 무릅쓰고 아내를 만나기로 결심하는데…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졸업 이후 다양한 장르의 단편영화와 첫 장편 <아주 특별한 여행>(2016)으로 부산과도 인연이 깊은 요셉 앙기노엔 감독은 기존의 발랄함을 내려놓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예술가의 내적 갈등에 주목한다. 함께 할 수도, 함께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개인의 행복과 안녕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고독을 기록하고 있다. (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