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간 인도의 대표적인 예술영화 감독으로 명성을 떨친 부다뎁 다스굽타의 신작으로 서정적인 시네마적 매력이 담뿍 담긴다. 영화는 펠리니의 초현실주의적 신비로움, 마흐발바프의 민속지적 환상주의를 연상시킨다. 신화적 상징이 인도의 로컬리즘을 기반으로 펼쳐지며, 동시에 자기반영성이 두드러지는 모던한 미학을 구사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개성적인 네 부류의 집단은 인도의 다양성을 대표한다. 서커스로 살아가는 가난한 가족,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호랑이를 잡으러 다니는 마을 영주와 성적 판타지를 꿈꾸는 외로운 젊은 아내, 호랑이 사냥을 취재하여 성공하려는 다큐멘터리 제작진, 그리고 지루한 일상이 싫어 나무 위로 올라가 원숭이들과 친구가 된 우체부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된다. 정교하게 연출된 미장센과 풍부한 알레고리를 지닌 플롯은 영화를 더욱 경이롭게 보이게 한다. 부자가 되고 싶은 빈자와 이상한 일에 몰두하는 부자, 성공하고 싶은 젊은 사람과 일상에 지친 나이든 사람의 대비는 인도사회의 현재를 투사하는 장치다. (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