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다시 물길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인과 젊은이 아미르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지만 다른 믿음을 바탕으로 그 길을 걷고자 한다. 그것은 소위 말해 종교 대 과학이다. 신념이 낳은 필연, 그리고 합리적이고 진취적인 진행. 물을 찾는 유일한 열쇠를 판명하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물의 신부 나히드를 통해 그 발견은 미스터리한 경험이 되며, 결국 엔딩 장면의 아미르는 자신의 나아갈 방향을 의심한다. 이란에서 도착한 <물의 꿈>은 생명의 기원인 물과 소통하고 이런 지구의 힘을 보전하라는 메시지를 소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영화가 남겨두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다소 낯설다. 그런데 나히드와 아미르는 동화 같은 부모님의 사랑 이야기를 기억하고 믿는다. 이처럼 우리의 터전 지구를 성스러운 존재로 대하는 일이 단지 미신이 아니라 지구의 운용에 대한 해석이라 생각해 본다면, 이 낯섦은 실증적이고 실용적인 현대과학의 행동양식이 밀어낸 믿음의 영역과 그 힘을 성찰하도록 우리를 이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채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