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는 억압적인 아버지와 오빠들을 피해 납치를 당했다고 알린 후 몸값을 받아 애인 머리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떠난다. 거리의 음악가 아지의 차를 얻어 타고 테헤란으로 들어가지만, 이들의 계획은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룻밤을 지낼 잠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이 두 연인은 다시 아지의 도움을 받는다. 차에 흘린 목걸이를 찾으러 나간 머리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이들의 도피행은 혼란에 빠진다. 파르비즈 샤흐바지 감독의 영화 <말라리아>는 여성에 대한 억압적인 문화 속에서 사랑의 도피를 택한 한 젊은 여성의 행적을 따라간다. 이 영화는 이란의 핵 협상이 이루어지고 경제 제재가 풀리는 정치적, 경제적 상황의 변화 속에서도 여성의 종속적인 상황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한나가 계속해서 촬영하는 핸드폰의 영상을 통해 보이는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들은 지속적인 좌절에 직면한다. 이란 사회에서 변화와 변화하지 않음의 지속적인 대립이 만들어내는 혼란이 한 여성의 삶에 미치는 충격을 그려낸 이 작품은 73회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다. (김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