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일하는 도로테아는 분쟁 지역 난민 중 유럽권 대학에 진학할 만한 여학생을 찾아 지원하기 위해 현지 체류 중이다. 그녀의 임무는 지원프로그램에 기부할 여력이 있는 고위직들을 접대하여 돈을 받아내는 것이다. 사치스러운 호텔생활을 이어가던 그녀는 아랍권의 연하남 애인에게 알렉에게 점점 빠져들고, 그와의 방탕한 쾌락은 급기야 그녀의 지위를 위협하기에 이른다. 모금을 위한 자선 갈라를 앞두고 지원 후보인 여학생이 사라지면서 그녀는 위기에 처한다. 국제기구가 표방하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둘러싼 정치와 부패상을 들춰내는 고발성이 빛나는 이 영화에는 원조의 주체인 우월한 위상의 서구인들과 현지 아랍인들 사이의 긴장이 어둡게 깔려있다. 이런 관점에서 인생 역전을 위해 서구 백인 여자 곁을 맴도는 아랍권 혼혈아 알렉은 국제원조의 어두운 이면을 대변하는 상징성을 띤다. 충격적인 갈라 장면은 오늘날 국제 지원프로그램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또 그 진정한 의의가 퇴색된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 (이수원)